‘수출 규제’ 부품ㆍ소재 산업 독려, 주 52시간제 예외도 허용
화이트국가 제외 부당성 항의… 산업부, 日에 의견서 보내기로
청와대를 선두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총력대응에 나서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기조에 따라 예산과 세제 지원은 물론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주요 정책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도 허용해 ‘일본 극복’을 독려하고 있다. 장기전을 각오하면서도 초반 화력을 집중해 한일 경제전쟁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장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안보상 우호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막기 위한 외교전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19년도 세법 개정안 당정협의’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대상 소재·부품·장비 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 공제 확대를 약속하는 등 총력지원을 다짐했다. 특히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 절차를 간소하게 하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추가 수출규제가 예고된 만큼 추가 지원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품·소재 국산화에 대한 R&D에 과감한 세제 지원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에 대한 국산화가 이뤄지도록 폭넓게 (추가 지원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우리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완화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 측면에서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긴장감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등에 나선 기업에 최장 3개월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키로 하는 등 규제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주 52시간인 법정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당시 관련 업체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사회를 통한 해법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우선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차관보급)을 WTO 일반이사회에 파견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철회 필요성을 알릴 방침이다.
보통 WTO 회의에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여하지만, 이번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하는 것이다. 김승호 실장은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낸 '통상통'이다. 이번 회의의 일본 대표로는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이 참석해 최근 자유무역 원칙을 발표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어서, 김 실장은 수출규제 조치와의 모순을 부각할 방침이다.
한편 산업부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 규제와 화이트(백색) 국가 제외의 부당함을 알리는 내용의 의견서를 이메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