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이민 강경책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변국 압박’ 정책이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불법 이민자들의 대표 출신국인 중남미 3개국과 미국 월경 통로가 되고 있는 멕시코를 닦달한 결과 6월 한 달 동안 미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 수가 그 전달에 비해 3분의 1가량 대폭 줄었다. 다만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멕시코 국경 도시에 발이 묶인 이민자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오전(현지시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나 멕시코 정부의 노력으로 이민자 유입 차단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남서부 국경지대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은 총 10만4,344건으로 5월(14만4,278건)에 비해 28% 감소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은근한 압박을 이어갔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에게는 ‘최고 25% 관세 부과’로, 중남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의 대표적인 출신 3개국(엘살바도르ㆍ온두라스ㆍ과테말라)에는 ‘원조 중단’을 무기로 ‘미국에 오는 이민자 유입을 줄이라’고 압박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멕시코에 이어 엘살바도르를 찾아 재차 ‘불법 이민 근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DHS는 지난달 국경 지대에서 체포된 이민자가 감소했다는 통계를 발표하면서 멕시코가 남부 국경 지대에 6,500명 국가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미 당국의 망명 심사 기간 동안 이민자들을 멕시코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멕시코 남기기’ 프로그램을 허용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미 시사주간 타임은 미 당국이 ‘멕시코 남기기’ 정책을 최근 확대 실시해감에 따라 미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멕시코 국경 도시의 열악한 치안 상황에 시달리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텍사스주 러레이도와 맞닿은 멕시코 라레도에서도 이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데, 약 1,800명의 이민자들이 라레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갱단에 납치되거나 금품을 갈취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주변국을 압박해 ‘국경 봉쇄’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폭력과 빈곤 탓에 자국을 탈출하려는 이민자들의 절박함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남미 3개국 중 과테말라가 최근 불법 이민의 가장 큰 원천이 됐다면서 2007년만 해도 이곳 출신 이민자는 1만5,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23만6,000명에 달하는 과테말라 이민자가 미국 땅을 밟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이민법 등이 바뀐 영향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미국의 문이 닫힐 수 있다’는 불안감 탓에 오히려 이 지역 이민자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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