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회째 일본 캠프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국내 여론 눈치”
지난달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네이버 제공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이 서비스 출시 일정을 조정하거나 서비스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 IT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심화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 기류에 이어 이번 무역 분쟁이 일본 내 서비스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불똥은 불매운동의 핵심인 일본 여행과 직결된 간편결제 서비스에 떨어졌다. 17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첫 국제 결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별다른 홍보 없이 조용히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제 보복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일본 내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가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여행 때 환전할 필요가 없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7월 중 일본 서비스 개시를 공언했던 NHN의 페이코는 ‘서비스 안정화’를 이유로 출시일을 늦춘 상태다. 페이코 관계자는 “일정이 다소 늦어졌지만, 가맹점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서비스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한일관계 악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재팬 부트캠프 2018' 미니 데모데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유튜브 캡처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일본이 아닌 국내 분위기를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일본과 엮여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 확장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일본 투자자 및 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 진출 기회를 모색하도록 돕는 행사 ‘재팬 부트캠프’를 6회째 주최하고 있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예정대로 오는 9월 도쿄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지만, 일본보다는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금은 일본과는 어떤 일도 같이 하지 말라는 분위기인데, 9월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일본에) 함께 가는 스타트업들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거세지고 있는 혐한 감정 때문에 일본 내에서 한국 기업임을 내세우는 것은 ‘금기’로 여겨졌다고 말한다. 때문에 일본 진출 과정에서 처음부터 아예 서비스명을 바꾸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국내 명함 관리 앱 1위 ‘리멤버’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자회사 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하며 서비스 이름을 바꿨다. 서비스 제공 업체명도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일본 현지 법인 ‘라인’을 내세웠다. 일본 내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7,5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을 이용해 심리적 거리감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IT 서비스는 ‘메이드 인’ 딱지가 붙지 않는 만큼 국적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다고 보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나 이용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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