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계, 유승민계와 전면전 선포
바른미래당 당 혁신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권성주(가운데) 혁신위원 등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손학규(오른쪽) 대표를 막아서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왼쪽은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재구성을 둘러싼 당권파와 손학규 대표 퇴진파 간 갈등이 막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당의 독립기구인 혁신위에 유승민 전 대표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폭로와 반박은 예사다. 최고위 회의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질됐고, 혁신위 정상화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던 혁신위원은 당권파와 대치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22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전날 “유승민 전 대표가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에게 손 대표 퇴진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는 임재훈 사무총장의 폭로를 놓고 퇴진파 위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다. 오신환 원내대표와 이준석 최고위원 등은 임 총장이 거짓 의혹 제기로 전임 당대표를 흠집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임 총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유 의원은 당의 진상조사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사실상 임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유승민계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격렬 대치는 이어졌다. 이번엔 혁신위원들이 “지도부 재신임 여론조사를 포함한 혁신위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해달라”며 손 대표의 퇴장을 막아섰다. 이날로 11일째 단식투쟁을 하던 권성주 혁신위원은 “뒷골목 건달도 이렇게는 정치 안한다”며 “후배들에게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냐”고 소리쳤다. 대치가 10분 넘게 이어지면서 손 대표 등은 혁신위원들 사이로 빠져나가려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오랜 단식으로 체력이 떨어진 권 위원이 밀려 넘어졌다. 권 위원은 이후 한동안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 혁신 요구 단식 농성을 계속하던 바른미래당 권성주 혁신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손학규 대표를 막아서다 넘어진 후 구급대원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위원이 실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오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로서, 선배 정치인으로서 힘이 돼주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유승민·안철수 두 분의 당 대표가 그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만든 정당이다. 손 대표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라며 “당의 여러 의원들과 의논해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 측은 이미 임 총장 폭로와 관련한 진상조사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진상조사를 위해 현재 공석인 윤리위원장, 당무감사위원장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전 대표에 대한 진상조사가 가시화하면, 당권파와 퇴진파 간 갈등은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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