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안보를 목적으로 적절한 실시라는 관점에서 운용을 재검토한 것으로, 대항 조치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 이유로 “(일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3년간 협의가 되지 않는 등 수출 관리의 토대가 되는 신뢰 관계의 상실”을 들었다. 그는 또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행해 국교 정상화의 기초가 된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국가 간 국제 약속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깨뜨렸으므로 먼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갈등과 수출 규제 등 관계 악화의 원인과 책임이 한국에 있으며, 향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양보할 의향은 없다는 취지다. 수출 관리 우대국 리스트인 ‘화이트국가’에서 한국 배제를 강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대응 태도는 상식 밖이다. ‘안보상 부적절한 수출 관리 사안’의 전례가 없다는 우리 정부의 해명과 설명 요청에도 무응답이고, ‘안보 적대국 물자 반출’에 대해 유엔의 객관적 조사와 검토를 받자는 제안에도 일절 무대응이다. 누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징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1965년 이후 한일 관계의 토대인 청구권협정이 대법원 판결로 균열이 생기긴 했지만 피해자들이 법적 절차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파장 최소화를 위해 양국 정부가 피해자 구제 방식을 두고 논의하는 게 급선무지 청구권 협정 운운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과반을 확보했지만 기존 의석에서 10석이 줄었다. 아베 총리의 숙원인 개헌 의석 역시 기존보다 줄어 개헌안 발의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쪽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임기 내 개헌에 의욕적이다. 선거 기간 자민당 지지 유권자들은 한국, 중국에 강경 대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보수 여론에 기대 대화와 협상을 백안시하며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에 전가하는 아베 총리의 막무가내식 태도가 경제는 물론, 역내 안보 질서까지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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