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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 논란, “여성의 몸, 나노 단위로 품평되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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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 논란, “여성의 몸, 나노 단위로 품평되는 탓”

입력
2019.07.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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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이른바 ‘노브라’가 연일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가수 설리, 화사 등 연예인들이 노브라 행보에 앞장서자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과 “그래도 민망하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 자체가 여성의 몸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2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사안이 갑론을박 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몸이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하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이어 “여자 연예인들은 물론, 여성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항시 나노 단위로 분절되어 품평 대상이 된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의 신체 중 어떤 부위는 노출해도 되지만 또 어떤 부위는 음란한 부위로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노브라, 유브라 논쟁을 통해 점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브라에 대해 ‘민망하다’는 의견 자체가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슴을 포함한 여성의 신체에 대해 감추면서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없애자는 취지의 노브라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로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프랑스 웹사이트 ‘boobstagram’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가슴 검열 정책을 꼬집기 위해 매년 10월 13일을 노브라데이로 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소 브래지어를 입지 않거나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혹은 젖꼭지를 가려주는 니플 패치(스티커)를 붙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노브라는 여성의 건강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브래지어를 비롯한 여성의 속옷들이 건강보다는 남성들이 봤을 때 매력적인 장치로 여겨지다 보니 여성용 속옷을 착용한 여성들이 신체적 불편함이나 통증, 소화불량, 질염 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캡처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노브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굳건하다. 여전히 여성의 가슴은 공공연히 드러낼 수 없는 대상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음란물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겠다’는 취지의 여성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을 차단했다. 이 행사를 연 불꽃페미액션의 항의로 차단은 철회됐으나, 페이스북 규정에는 ‘가려지지 않은 여성의 유두(모유 수유, 출산 및 출산 직후 장면, 유방 절제 수술 후, 유방암 식별, 성 확정 수술 등 건강 또는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는 제외)’는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시위나 모유 수유 등 모성적인 모습,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경우에만 여성의 가슴 사진 게시를 한정적으로 허용하면서 남성의 가슴 사진은 규제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나 방송국도 여성 가슴을 노출 규제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문제를 짚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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