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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디지털 경제 패권과 정부ᆞ기업 이인삼각

입력
2019.07.2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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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월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ICT 혁신과 제조업 미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ICT 혁신과 제조업 미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최근 세계 경제 전쟁이 일상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까지 동원한 한일 경제전쟁을 시작했고, 미국과 중국도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를 무기로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5G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구글, 퀄컴 등 미국의 글로벌 ICT 기업들도 즉각 화웨이에 대한 기술 공급을 중단하면서 정부 정책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5G는 차세대 통신서비스로서 향후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할 경우 화웨이나 중국이 미국의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탐지,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표면적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을 신중히 분석해 보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단순한 미중 간 무역분쟁이나 국가안보에 대한 방어 행위가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경제 패권을 둘러싼 충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 ICT 기업들은 5G,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을 장악하고 자체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 왔다. 그런데 마땅히 미국의 ICT 기업들을 견제할 만한 대항마가 없는 상태에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등 중국의 ICT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광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두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간 패권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는 강한 규제로 외국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한편 자국 기업들의 설립과 성장 그리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개입,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통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의 ICT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돼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고 미국의 ICT 기업들과 유사하게 M&A를 통한 머니게임을 추구하게 된 것도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IC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롭게 혁신하고 경쟁하도록 자국 내에서는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고 진흥이나 지원도 간접적인 방식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 패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트럼프 정부는 정부 자체가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기업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패권을 두고 정면충돌하게 된 배경에는 유럽의 쇠락이 있다. 유럽은 EU라는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면서 오프라인 경제에서는 세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유럽에는 통신사업자나 노키아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표 ICT 기업이 존재하지 않아 정부 홀로 미국이나 중국의 ICT 기업을 견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디지털 경제 패권은 곧 국가 차원의 정보 주권으로 연결되므로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실현될 지능정보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패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최소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위치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반기업적, 반시장적 정책을 재고하고 관련 규제를 실질적으로 혁신하며, 그나마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의 ICT 대표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처럼 정부와 ICT 기업들의 이인삼각이 제대로 작동해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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