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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아베, 호흡 조절보단 ‘강경 기류’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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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아베, 호흡 조절보단 ‘강경 기류’ 이어갈 듯

입력
2019.07.21 18:07
수정
2019.07.22 01: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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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 선거 개표가 시작된 뒤 자민당 당사에서 개표방송 등을 통해 승리가 전망되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 선거 개표가 시작된 뒤 자민당 당사에서 개표방송 등을 통해 승리가 전망되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지지 세력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85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연립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NHK 등 언론들의 출구조사 결과, 개헌 세력의 의석이 개헌안 발의선 확보에 근접하는 등 선전을 펼침으로써 아베 정권의 개헌 추진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여전히 국정 주도권을 쥐고 개헌 논의를 주도할 경우 날 선 대립을 거듭 중인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가 이날 밤 NHK에 출연해 선거 결과에 대해 “적어도 ‘개헌을 제대로 논의해 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헌 세력의 개헌선 확보 여부와 상관 없이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도 ‘강한 일본’을 과시하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이후 6년 반 이상 장기집권 중인 아베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이 강했다. 연립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이 다시 한번 아베 정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베 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견제할 야당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아베 정권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표가 시작된 직후 자민당에선 아베 총리의 4연임론이 제기되는 등 ‘아베 1강(强)’ 구도는 굳건한 상황이다. 다만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4연임 등 임기 연장과 관련해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도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ㆍ경제의 안정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갈등을 부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일본의 경제 보복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선거 이전 자민당에 악재로 떠오른 연금문제 등의 쟁점은 묻혀 버렸다. 선거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베 정권이 향후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펼 때 유용한 명분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 시한(18일) 이후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의 담화 발표 외에 한국에 대한 추가 대응을 시행하지 않았다. 정권 핵심들이 선거 지원에 올인한 데다 오는 23~24일 세계무역기구(WTO) 상임이사회에서 국제 여론전을 의식해 강경 대응을 자제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얻지 않는 한 강경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어차피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선 한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한일 양국에선 지난 4일 전격 단행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 보복이 아니라 아베 정권이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과 동북아 안보질서의 재편을 염두에 둔 판단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맞물려 아베 정권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시작으로 평화헌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경우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방정식은 보다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의 개헌을 향한 끈질긴 노력에도 ‘2020년 새 헌법 실시’라는 아베 총리의 시간표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개헌 세력으로 분류돼 있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자위대의 헌법 명기’에 소극적이고,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도 만만치 않다. 또 중ㆍ참의원에서 개헌안 발의ㆍ통과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것과 별개로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기 위해선 오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당분간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중심으로 개헌에 비교적으로 우호적인 국민민주당 등 야당 인사를 접촉해 개헌세력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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