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중재에 미지근하던 미국, 정부의 협정 재검토 안에 즉각 반응 
 日 변화 유도할 ‘비장의 카드’ 평가… 일각선 “美 신뢰 잃을 자충수” 지적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대응할 비장의 카드인가, 자충수인가. 우리 정부가 한일 갈등을 해결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재검토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정부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는 일본이 전향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하는 ‘비장의 카드’란 평가와, 한일 간 경제 문제가 동북아시아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로 확산될 경우 미국의 신뢰까지 잃을 자충수라는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GSOMIA 폐기까지 이어질 경우 미국이 오래 공들여 성사시킨 한미일 3각 안보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GSOMIA 연장 재검토안은 한일 간 갈등 중재 역할 요청에 ‘양국 간 사안’이라며 미지근한 입장을 유지하던 미 측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국무부가 GSOMIA 지지 의견을 냈고 미 안보전문가들도 GSOMIA 폐기를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관심끌기엔 성공한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돌아서지 않으면 일본과의 안보 신뢰까지 깨져 미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한미일 공조 체제 역시 파탄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미국에 던진 것”이라며 “다만 진심으로 GSOMIA를 깨겠다는 의사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GSOMIA 폐기 입장 통보 시한인 다음달 24일까지 일본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면 안보 문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조야뿐 아니라 국내 전문가들도 GSOMIA 연장 재검토안을 협상 카드화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GSOMIA의 철회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역시 VOA에 “미국이 대북 정보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정보자산 공유 역시 필수적”이라며 “미국으로선 이런 정보 공유체제 유지 때문에도 동맹 가운데 한 쪽 편을 들 수 있는 ‘중재’에는 개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서 GSOMIA 연장 재검토가 거론되자 이튿날 미 국무부가 “한일 GSOMIA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GSOMIA가 한일) 양국 국방 관계의 성숙도를 보여주고, 한미일 3국 간 조정 능력을 개선한다”는 입장을 통해 협정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침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민주국가로서 한국은 이런 판결을 무시도 폐기도 못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칫, 한국이 실제로 GSOMIA를 폐기할 경우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에 따라 미국마저 한국에 등을 돌리는 부메랑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GSOMIA 연장 불가 결정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최후의 한 수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경제문제를 먼저 안보 이슈화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엔 정교한 외교로 풀어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경제 문제에서 시작한 한일 갈등이 안보 문제로 비화할 경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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