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상대로 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3년 만에 참의원 의석 절반을 새로 뽑은 이번 선거에서는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을 비롯해 일본유신회와 무소속 의원 등 개헌 찬성파가 확보할 수 있을지 큰 관심사였다. ‘평화헌법’의 근간인 헌법 제9조를 바꿔 자위(自衛)의 제약을 넘어 전쟁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하려는 것은 아시아ㆍ태평양전쟁기 일본의 침략을 미화해온 역사수정주의자 아베의 숙원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아베가 어떤 행보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당장 우리로서는 징용 갈등으로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압박이 어떤 국면으로 새롭게 전개될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심사 강화에 이어 수출 관리 우대국인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절차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에는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듭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자민당의 선거 승리로 향후 아베 총리는 역대 최장 재임까지 넘보고 있다. 국내 정치 입지가 단단해졌으니 그만큼 마음 먹은 정책을 작정하고 펴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헌만이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외교 정책에서도 지금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일부 언론에 슬쩍 등장한 경제산업성 간부의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한 (수출 규제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한마디가 지금 아베 정권의 한국관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해와 가해가 얽힌 역사 문제는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풀기 어려운 난제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이성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충분한 양자 협의 없이 일방적인 요구만 앞세운다거나, 그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고 외교 문제를 경제 압박으로 풀려고 들어서는 해결 난망이다. 혹시라도 이 같은 압박으로 한국이 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일본은 그 기대를 일찌감치 접기 바란다. 더 나아가 이 조치가 결국 자국의 제 살 갉아 먹기라는 각국 전문가들의 지적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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