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한국 속담을 인용해 비판을 쏟아냈다.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 자기는 그보다 더한 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속담으로, 일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21일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일본의 무역 제재를 다루는 방송을 시작하며 “아베 총리 부인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데, 한국어를 알아듣는다면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꼭 피눈물로 돌아온다’는 속담의 이치를 아베 총리가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와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가 출연해 일본 무역 제재의 문제점에 대해 논했다. 일본은 지난 4일 한국을 향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같은 일본의 규제를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문 대통령도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라며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방송 출연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은 무역 흑자 국가였는데, 수출을 어렵게 한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길어질수록 일본의 기업들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일본이 한국과 교역하면서 누적 흑자가 700조원을 넘었다”며 “일본 정부는 현재 수출로 일본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지만, 일본 기업은 손해를 입은 적이 없다. 발생하지 않은 피해를 전제로 수출 규제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 역시 “국제 분업 질서가 흐트러지면 일본에도 피해가 돌아간다”며 “이번 조치의 1차 피해 대상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소재 등을 팔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 규제를 위반할 경우 징역 10년 이하인데, 한국과 거래해 온 일본 중소기업들은 준비가 안 됐다”며 “이 조치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그 피해가 일본 중소기업에 매우 크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하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국가 정상으로 말 바꾸기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에 반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자유무역의 최고 수혜자가 바로 일본”이라며 “‘자유, 공정, 무차별’이라는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 지 사흘 만에 말을 바꿨다. 또 강제징용 배상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사건을 경제 문제로 치환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빨리 철회할 경우, 스스로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최소한 1년 정도는 갈 것으로 보인다”며 “더 길어지지 않도록 WTO에 제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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