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KBS 예능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던 임성언. 그야말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녀를 당시 이미지로 기억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이미지는 예능 출연 전부터 배우로서 활동해 왔던 임성언에게 기회이자 한계였다.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큰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예능으로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이후 배우 활동에 있어 의도치 않게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성언은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꿋꿋하게 걸었다. 과거 데뷔 10년 만에 맞았던 예기치 않은 공백기도 이겨낸 임성언은 2019년, MBC ‘봄밤’을 통해 배우 인생 최고의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데 성공했다.
“인생작이요?(웃음)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너무 감사하고 좋을 것 같아요. 길진 않았지만 4개월 동안 서인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인생도, 성장도 배웠고 저의 행복을 찾으려는 고민도 많이 해보게 됐거든요.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졌던 만큼 이후에 작품을 만날 때 마다 더 소중해지고,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기쁨들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제 연기에 대한 생각에만 몰두해 있었다면 이제는 같이 하는 공간이 좋고, 모든 곳에 시선과 마음이 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것처럼 ‘산장미팅’은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던 너무나 좋은 기회였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대표작을 계속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임성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많이 깊어졌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봄밤’ 이서인을 통해 보여준 연기가 그랬듯이, 인터뷰를 통해 마주한 진짜 임성언의 모습에서도 예전과는 또 다른 깊이감이 묻어났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흘러간 시간 속 많은 고민들이 있었던 덕분인 것 같아요. 억지로 담는다고 깊이가 생기거나, 제 속에 뭔가가 담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들, 결국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어느덧 서른여섯의 배우가 된 임성언은 ‘봄밤’으로 배우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지금껏 보여준 모습보다 조금 더 편안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임성언은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서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들이 더 많아서 뒤돌아보기 보단 앞을 보고 가기도 바쁜 것 같아요.(웃음) 다만 지나온 것들을 스스로 밑거름 삼아서 나아가야겠죠. 저도 즐겁게 연기를 하고, 보시는 분들도 더 많이 공감하실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받으면서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 분들을 뵙고 싶어요.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드리는 게 지금의 목표에요. 장르도, 역할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임할 각오가 돼 있거든요. 중간 투입도 마다하지 않는답니다.(웃음) 그렇게 올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연말에 기분 좋게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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