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75→1.50%)에 따라 시중은행 예적금 중 연간 금리 2%대 상품은 사라지고 1%대가 기본인 시대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 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상품 가입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서둘러야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인하 폭은 0.1∼0.3%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들은 “개별 상품에 적용될 금리를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분석을 하면서 신상품 개발과 수수료 조정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번주 중후반 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에도 은행 정기예금 중엔 2%대 이자를 주는 상품이 드물었고 정기적금은 대부분 2%대를 갓 넘긴 이자를 지급해온 터라, 이번 금리 조정을 거치고 나면 은행 예적금 금리 1%대 시대가 본격 도래할 전망이다. 현재 신한ㆍKB국민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만기 1년) 기본금리는 최고 1.9%, 적금 상품(1년)은 최고 2.2%다.
은행 입장에선 수신금리를 하향 조정하게 되면 당장은 내줘야 하는 이자가 줄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고객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내년 시행되는 정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 강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금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하는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마냥 내릴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이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대출금리 역시 내려야 해 장기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조정 과정에서 은행 간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이미 은행 수신금리 수준이 낮아 기준금리 인하 폭을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지만, 의외로 그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 일부 은행이 수신금리를 그보다 많은 0.30%포인트 올렸었는데, 이후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진 터라 이참에 금리 차를 한 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발 주자가 금리를 얼마나 내리느냐가 은행권 전반의 수신금리 인하 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적금에 들 계획이 있는 고객이라면 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금리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가입해야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별로 고금리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한시적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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