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앞에서 고객에게 공감을 얻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롯데그룹의 하반기 사장단회의(VCMㆍValue Creation Meeting)가 20일 마무리됐다. 회의 첫 날 롯데제과, 칠성음료, 아사히주류 등 식품 부문을 시작으로 17~19일 유통, 화학, 호텔 부문 회의가 이어졌고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사업군별로 논의된 내용을 그룹 전반에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에 관해 신 회장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일본을 찾아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ㆍ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왔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과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비공식 자리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일본과 투자, 제휴 관계에 있는 계열사 고위 임원에게 일본 현지 기류를 전달하고 대응책을 논의했을 거라는 시각이 다수다.
롯데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고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과 투자를 일본 금융권에서 유치하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길어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일본’ 이미지가 퍼져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신 회장이 이번 회의에서 ‘공감’을 화두로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회의 마지막 날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상품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일 관계가 점차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를 기회로 삼아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하며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계열사 전략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반기에도 꾸준하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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