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전임 국왕 부부의 ‘이혼설’과 관련해 당사자가 직접 입을 열었다. 말레이시아 클란탄주(州) 술탄인 무하맛 5세(50)의 부인 옥사나 보예보디나(26)는 여전히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혼 서류까지 공개되는 등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혼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지 며칠 만에 나온 입장 표명이다.
21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보예보디나는 전날 말레이시아 뉴스 포털 ‘말레이시아키니’와의 인터뷰에서 “이혼에 대한 경고를 받지 못했다”라며 “아이와 함께 러시아에 있었다. 이혼 절차가 진행됐다는 6월에 싱가포르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도발(provocation) 행위”라며 “우리는 이혼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17일 말레이시아 영문 일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무하맛 5세 부부가 지난 1일 이혼했다고 보도했다. 부부가 지난달 22일 싱가포르의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법원에 이혼 신청을 했고, 이달 1일 이혼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복수의 소식통에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구했다는 이 부부의 이혼증명서 사본까지 곁들였다. 다른 현지 매체들이 다음날 잇따라 이 소식을 전하자 한국 매체들도 소개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 보예보디나의 변호사인 에브게니 타를로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보예보디나는 사랑을 위해 결혼했고 지금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혼 얘기는 (스캔들을 좋아하는) 황색 언론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며 “(이혼 관련) 공식 서류도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샤리아 법원 대변인도 19일 싱가포르 샤리아 법원엔 해당 부부의 이혼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왕궁은 국왕 부부의 이혼설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왕실 직함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보예보디나를 여왕으로 부른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여왕으로 부르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이혼을 뒷받침하는 조치로 풀이됐다.
약 1년 전 왕좌를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며 ‘세기의 로맨스’라 포장됐던 권력과 외모의 만남은 곧 ‘불화설’이 이어지다 임신으로 ‘화해설’을 조성하더니 득남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이혼설’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전 국왕의 부인이 이혼을 정면 부인하면서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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