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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한국기원 vs 이세돌 9단, 상금 공제 공방…종착역으로

입력
2019.07.20 04:40
수정
2019.07.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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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한국기원, 최근 임시이사회서 프로기사회와 동일한 출전 정관 신설

그 동안 한국기원 소속임을 강조해 온 이세돌 9단의 입지 축소…사실상 현역 은퇴 초읽기

한국기원 “마지막까지 이세돌 9단 설득에 나설 것”

지난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선 프로기사회와 동일한 기준의 참가 자격 등을 명시한 신설 정관을 통과시켰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선 프로기사회와 동일한 기준의 참가 자격 등을 명시한 신설 정관을 통과시켰다. 한국기원 제공

3년 넘게 이어온 한국기원과 이세돌(36) 9단의 상금 공제 공방이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양측의 법정공방이나 이세돌 9단의 조기 현역 은퇴 등을 포함한 극단적인 사태 가능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0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서 △한국기원 입단 절차를 통해 전문기사가 된 자는 입단과 동시에 기사회 회원이 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협력·후원하는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 등의 2가지 조항을 정관에 신설했다. 한국기원은 이어 신설된 정관과 관련, 18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승인을 요청했다.

프로기사회의 요청에 의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기원의 이번 정관 신설이 이세돌 9단과 무관치 않다는 건 바둑계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세돌 9단이 최근 3년 동안 각종 기전 우승과 함께 자동으로 공제해 간 자신의 3,000만원대 상금 반환 내용증명을 지난 5월초 한국기원에 발송한 게 사실상 이번 정관 신설의 발단이다. 이세돌 9단측은 자신의 요구가 거절될 경우엔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400여명이 가입된 프로기사회 정관엔 소속 기사들의 경우 각종 대회에서 올린 수입(매판 대국료 및 우승상금 등 포함)의 일부(국내기전 5%, 해외기전 3%)를 적립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이세돌 9단과 친형인 이상훈(44) 9단은 2016년 당시 이 부문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하면서 프로기사회에 탈퇴서까지 제출했다. 이세돌 9단측은 특히 “프로에 입단하면 자동적으로 프로기사회에도 가입해야 한다는 시스템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재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회 요청으로 임의 보관 중인 자신의 3,000만원대 공제 상금 역시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프로기사회와는 별도로 한국기원에선 바둑계 발전과 복지기금 명목으로 기사들에게 각 기전에서 올린 수입의 10%를 떼어가고 있다.

이세돌(맨 왼쪽) 9단이 지난 18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게바둑최강전 대표선발전’)에서 한상훈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이 대국에서 한상훈 9단에게 183수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사이버오로 제공
이세돌(맨 왼쪽) 9단이 지난 18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게바둑최강전 대표선발전’)에서 한상훈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이 대국에서 한상훈 9단에게 183수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사이버오로 제공

하지만 3년 이상 끌어온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 공방은 한국기원에서 꺼내든 정관 신설 카드로 종반전에 접어든 양상이다. 그 동안 “자신은 프로기사회 소속이 아니라 한국기원 소속 기사다”며 프로기사회에서 공제해 간 상금 공제 반환을 강조해 온 이세돌 9단측의 명분이 희석될 수 밖에 없어서다. 한국기원 신설 정관이 발효되기 위해선 문체부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지만 이는 시간 문제란 게 바둑계 안팎의 시각이다. 상금 공제 반환을 주장해 온 이세돌 9단의 향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이세돌 9단의 입지 또한 축소된 모습이다. ‘한국기원에서 주최·주관·협력·후원하는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는 신설 조항이 발효되면 이세돌 9단은 향후 국내·외 대국 출전은 불가능하다. 이세돌 9단은 이미 3년 전, 프로기사회에 탈퇴서를 직접 제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세돌 9단의 현역 은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세돌 9단이 최근까지도 주변에 상금 공제 반환 계획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공산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내 최대 기전으로 9월에 개막할 예정인 올해 ‘KB바둑리그’(총 규모 34억원, 한국기원 주최·주관)에서도 이세돌 9단의 모습을 만나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기원 소속의 한 중견 프로기사는 “이세돌 9단이 본인 스스로 한국기원 소속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 온 이상, 한국기원의 신설된 정관을 준수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냐”며 “한국기원에서 국내외 기전 출전과 관련된 정관을 신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은퇴 직전까지 계속해서 각종 대회 예선전 등에 참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기원은 물론 프로기사회에서도 마지막까지 이세돌 9단과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피력하고 있어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최근 프로기사회에서 이세돌 9단과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세돌 9단이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설득에 나서 볼 계획이다”고 전했다.

한편 1995년 당시 6세애 입단한 이세돌 9단은 현재까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18개 우승컵(국내대회 우승 32회)을 획득, 한국 바둑계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왔다. 20일 현재 기준 이세돌 9단의 통산전적은 1902전1324승3무575패(승률 69.72%)를 기록 중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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