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외무, 남관표 대사 초치해 “韓 2차대전 후 국제질서 위반”
“징용판결 중재위 불응 유감”담화… 靑 “日 징용이 국제법 위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보복 조치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 시한을 넘긴 19일 또 다시 충돌했다. 양국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국제법 위반’ 책임이 상대국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접점을 찾기보다 갈수록 상대에 등을 돌리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일본은 한국을 향해 “무례하다”고 비난했고, 한국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나오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4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3개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시행 후 비롯된 한일 간 경제전쟁이 급기야 마주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하는 ‘치킨게임’의 상황으로 접어든 것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의 거듭되는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에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기인한 엄중한 한일관계 상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양국의 정면충돌 양상은 외무성의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 초치에서부터 나타났다. 고노 장관은 이날 오전 외무성을 찾은 남 대사에게 “한국이 국내 판결을 이유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1951년 전후(戰後) 처리를 위해 승전국(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 승전국 지위를 얻지 못한 한국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전후 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뒤집는 결정이라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이에 남 대사는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로 양국 국민과 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국을 겨냥한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노 장관은 남 대사의 말을 끊으며 “징용문제를 수출관리와 연관시키는 것을 그만 두기 바란다”고 요구하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지만 격분한 분위기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침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민주국가로서 한국은 이런 판결을 무시도 폐기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지적할 점은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일본”이라며 “이런 점을 대법원 판결이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또 한국 측이 징용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간 협의, 중재위원회 등 일본 측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측과 외교채널을 통한 통상 협의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했고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한 자유무역 원칙과 글로벌 밸류 체인을 심각히 훼손한 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 주체는 일본”이라고 직격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GSOMIA 자동연장 문제를 수출 규제 사태와 연결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질적ㆍ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답해 상황에 따라 GSOMIA를 파기할 여지를 드러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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