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구멍 메워, 이득 실현 없이 행위만으로 처벌… ‘의원들이 입법 주체’ 변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월 문제의 공간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2015년 제정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서 누락돼 논란을 빚었던 고위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별도 입법으로 추진된다. 입법이 되면 국회의원도 고위공직자에 포함돼 올해 초 불거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같은 사건이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위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를 사전에 회피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했다.

정부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8개의 세부적인 행위기준을 담았다. 인ㆍ허가, 승인, 조사ㆍ검사, 예산ㆍ기금, 수사ㆍ재판, 채용ㆍ승진, 청문, 감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직무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

공직자와 배우자가 직무관련자나 과거 직무관련자였던 사람과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거래하는 경우도 사전 신고 대상이다.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거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외부활동은 원천 금지다. 사적 이해관계나 금전 등 거래를 신고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공기관의 물품이나 차량, 토지, 시설 등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토록 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으면 전액 몰수 및 추징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설사 이익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안의 적용을 받는 고위공직자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은 모두 포함된다. 행정공무원들은 지난해 1월 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이미 같은 내용을 따르고 있지만, 행동강령은 대통령령이라 처벌이 내부 징계에 그쳤다. 법률이 제정되면 위반 시 징계와 함께 형벌까지 받게 된다.

권익위는 다음달 28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안에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2012년 청탁금지법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포함시킨 게 의미”라고 설명했다.

입법예고 첫날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공직자의 사익 추구와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의 투명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에서 “입법을 책임진 국회의원이 빠진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법 적용을 받게 되는 국회의원들이 입법의 주체라는 게 주요한 변수다. 2016년부터 같은 내용을 담은 다수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이해충돌 방지규정을 뺀 것처럼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처벌을 약화하는 등 손질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정책실장은 “그간 요청한 내용이 거의 담겼고 이익이 실현되지 않아도 처벌하는 조항이 있어 일단은 다행”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불리한 부분에는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설득하는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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