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 등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30억원의 횡령 혐의까지 받으면서 궁지에 몰렸다. 법조계에선 복잡한 회계 절차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분식회계 혐의보다 입증이 비교적 쉬운 횡령 혐의가 오히려 김 대표의 영장 발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이후인 2017년 초부터 1년 가량 자사 주식 4만5,000여주를 3차례에 걸쳐 샀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주식 매입 비용 약 30억원을 회삿돈으로 보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임원이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 공모가(13만6,000원)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상장 등에 대한 대가로 공모가와 실제 매입 비용 사이 차액을 현금으로 보전 받았다”는 삼성 측 내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대표의 비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법을 이사회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말 이 같은 방안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에 미리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전실은 김 대표의 방안에 대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큰일이 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김 대표는 보고한 방안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미전실이 반대 의견만 내고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은 정황이 석연치 않다”며 “횡령 혐의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삼성 그룹의 승계 방안 등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횡령 혐의 외에 2015년 말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늘린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 1조8,000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당시 회계 절차에 맞춰 진행한 것으로, 범죄의 고의성도 없었다”며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같은 김 대표의 반론 등을 청취한 뒤 이날 밤 늦게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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