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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아기상어로 미국 안방 공략하는 스마트스터디

입력
2019.07.19 15:29
수정
2019.07.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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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이승규 CFO “니켈오디온과 손잡고 TV용 ‘아기상어’ 애니 제작”

‘아기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아기상어’라는 동요다. 2015년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등장한 이 노래는 귀여운 그림과 입에 착 달라붙는 선율 덕분에 전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미국의 노래 순위 차트인 빌보드 핫100에서 최고 32위까지 오르며 20주 이상 머물고 있으며 영국의 음원 순위 차트인 오피셜차트 6위, 일본 오리콘차트에도 올랐다. 유튜브에서는 지금까지 조회수 30억뷰를 넘어서며 역대 가장 많이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8위에 올랐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6위다.

이 노래와 영상을 만든 업체가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다. 넥슨과 예전 네이버의 한게임 등 게임업체에서 일했던 김민석 대표, 박현우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승규 이사 3명이 2010년 공동창업했다. 김 대표는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의 아들이다.

유튜브에서 전세계적으로 30억뷰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 스마트스터디 제공
유튜브에서 전세계적으로 30억뷰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 스마트스터디 제공

◇영유아들의 대통령 ‘핑크퐁’ 개발

이들이 잘 나가던 게임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2009년 국내에 들어온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때문이었다. 지난 9일 만난 이 이사는 “아이폰을 보고 스마트폰이 정보기술(IT)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스마트폰으로 교육 사업을 하려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사명도 교육업체답게 스마트스터디라고 지었다. 교육사업을 아이템으로 정한 것은 삼성출판사 창업주 3세여서 교육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김 대표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유료화가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방향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그러다가 주목을 한 것이 삼성출판사에서 내놓은 아동서적 ‘보들북’ 시리즈였다. 보들북은 음악 CD가 붙어 있고 악보를 그려 넣어 동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든 유아용 책이다. 이 이사는 “CD 플레이어가 없는 사람도 많고 한글도 모르는 애들에게 악보는 과하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여기에 동요를 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스마트스터디의 사업인 5세 미만 유아들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그런 점에서 삼성출판사의 보들북이 영감을 준 셈이다. 대신 이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이사는 “스마트폰은 영상 재생과 결제 기능을 모두 갖춘 플랫폼”이라며 “2010년 9월에 동화, 동요 등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핑크퐁’ 앱 시리즈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100곡을 묶어 27.99달러(약 3만원)로, 곡당 300원 꼴이어서 부모들이 부담 없이 지갑을 열었다.

핑크퐁은 스마트스터디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진분홍색 여우 캐릭터다. 디즈니 영화에 등장하는 요정 팅커벨처럼 스마트스터디 작품을 알리는 상징이다. 핑크퐁이 등장하는 2분 안팎의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로 제공돼 95개국에서 앱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핑크퐁이 등장하는 동요, 동화 콘텐츠는 4,000편이 넘는다. 지원 언어도 현재 13개국어에서 개발중인 몽골어 등을 포함해 16개국어로 늘어날 전망이다.

덕분에 2011년부터 스마트스터디는 손익분기점을 넘겨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다. 핑크퐁이 KT와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TV까지 진출해 유료 채널로 제공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이 이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큰 화면인 TV로 보여줄 수 있게 돼 좋아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스터디의 창업자 3명 가운데 CFO를 맡고 있는 이승규(45) 이사. 스마트스터디 제공
스마트스터디의 창업자 3명 가운데 CFO를 맡고 있는 이승규(45) 이사. 스마트스터디 제공

◇발상의 전환으로 만든 ‘아기상어’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유튜브다. 2015년 6월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 핑크퐁 인기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덕분에 핑크퐁은 아이들 사이에 동요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동요를 듣고 싶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동요 들려줘”가 아닌 “핑크퐁 들려줘”라고 말한다.

특히 그해 10월 유튜브에 영어로 먼저 공개한 ‘베이비 샤크’(아기상어)는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이 이사는 “원래 ‘아기상어’는 영어 조기교육에 관심 많은 한국의 부모들을 위해 만든 영어동요였다”며 “그런데 영어권 국가인 미국 영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비결은 공들여 만든 영상과 음악이다.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접근한 캐릭터 개발이 주효했다. 이 이사는 “기존 동화나 동요 콘텐츠는 부모들이 좋아하는 토끼나 새 등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웠다”며 “그러나 ‘아기상어’는 처음부터 남자아이들이 원하는 사자, 공룡, 상어 등 강한 캐릭터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도 빠르고 강한 캐릭터를 좋아한다.

즉 부모와 다른 캐릭터를 원하는 아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대신 상어라는 강한 캐릭터에 가족 개념을 도입했고 K팝처럼 외우가 쉬운 후렴구가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노래(후크송)와 따라하기 쉬운 춤 동작을 결합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크게 성공한 ‘아기상어’ 노래는 지금은 퇴사한 직원이 만들었다. 그런데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자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 동요 작곡가 조나단 로버트 라이언은 자신이 새롭게 바꾼 전래 동요를 스마트스터디가 표절했다며 한국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안성준 부장판사는 추후 표절 여부를 가리는 감정을 받기로 지난 9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스마트스터디는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이사는 “저작권 없는 구전 동요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는데 이를 표절이라고 주장한다”며 “유명세에 따른 잡음으로 생각하고 잘 대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튜브 공개는 핑크퐁 시리즈의 인지도를 높이며 광고 매출과 라이센스 사업의 기회를 만들었다. 핑크퐁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과 LG생활건강의 유아 위생용품, 제주항공의 비행기, 인천국제공항의 핑크퐁 포토 존, 2017년 이후 공개한 서너편의 핑크퐁 뮤지컬 시리즈 등 캐릭터 관련 사업을 줄줄이 진행했다.

요즘 스마트스터디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핑크퐁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다. 지난달 말 우리은행과 손잡고 어린이용 통장과 ‘저축 송’을 만들었다. 또 KCC와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조심해서 걸으라는 내용의 ‘사뿐 걸음 송’도 만들어 KCC 바닥재와 함께 홍보했다.

서울 서초구 명달로에 위치한 스마트스터디 사무실. 마치 아이들 놀이터 같다. 스마트스터디 제공
서울 서초구 명달로에 위치한 스마트스터디 사무실. 마치 아이들 놀이터 같다. 스마트스터디 제공

◇니켈로디온과 26부작 ‘아기상어’ TV 애니메이션 제작

더 나아가 스마트스터디는 ‘스펀지 밥’ 등 세계적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채널 니켈로디온과 TV용 애니메이션 제작 제휴를 최근 체결했다. 양 사가 공동 투자해 ‘아기상어’ 가족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어 미국의 안방극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 이사는 “어른과 아이가 모두 볼 수 있는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우선 시즌 1으로 준비해 미국 TV에서 방영할 것”이라며 “개발 일정을 니켈로디온과 논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스터디는 창작관련 인력(크리에이터)을 더 늘릴 방침이다. 현재 이 업체의 직원은 230명. 이 가운데 60% 가량이 애니메이션 제작, 기획, 앱 개발 등을 하는 크리에이터다. 이 이사는 “다른 기업의 연구개발 역할을 크리에이터가 한다”며 “크리에이터가 회사의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계획은 소비층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이사는 “사업 초기 주요 공략 대상인 1~5세 아이들이 이제는 자라서 6~10세가 됐다”며 “이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소비층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이사는 “지난해 매출이 400억원이었고 올해 650억원 매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행복하면 매출은 따라오게 마련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행복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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