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을 공식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수도 비슈케크의 대통령 관저에서 무하메드칼르이 아블가지예프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항에 도착해 악수만 나눈 두 사람은(왼쪽 사진 두 장) 18일 총리회담 뒤엔 포옹을 했고(세번째 사진), 18일 행사를 마친 후엔 더욱 친밀한 모습을 과시했다(맨 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답답한 때도 많으셨죠. 저희도 잘 압니다. 하지만 총리님의 지혜와 이곳의 훌륭한 제도들, 역동적인 국민들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이낙연 국무총리)

17~19일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을 공식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무하메드칼르이 아블가지예프 키르기스스탄 총리에게 건넨 말이다. 양국 수교 이래 한국 정상급 지도자가 키르기스스탄에 방문한 건 처음이다. 키르기스스탄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200달러대에 인구 620만여명인 소국이다. 대(對)한국 수출은 ‘제로’(0)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열을 올리는 키르기스스탄 정부 인사들을 만나 이 총리는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 한국의 경제발전 성과를 자랑하는 대신, 공감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취했다.

아블가지예프 총리는 그런 이 총리에게 이내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허락하시면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인 한국과 가까이 지내며 배우고 싶다” 등의 발언으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의 이 같은 외교술에 대해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모든 외교의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대통령실에서 한·타지키스탄 총리회담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코히르 라술조다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ㆍ아시아 4개국을 순방 중인 이 총리는 앞서 방문한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에서도 유연한 태도로 정상들의 마음을 샀다. 두 나라 모두 권위주의 정치 문화가 뚜렷한 탓에 공식 외교 행사는 딱딱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비공개 행사에선 정상들이 가족사 혹은 국정 운영 고민 등을 이 총리에게 허물 없이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를 수행 중인 정부 인사는 “이 총리는 자기만의 화법으로 상대국 지도자의 마음을 여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투톱 외교’ 방침에 따라 취임 이래 10번의 순방 경험을 쌓은 것을 적극 활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가 정상과 정상급 지도자가 역할을 나누는 ‘투톱 외교’에서 정상급 지도자는 경제ㆍ정치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를 방문한다. 이 총리는 방문국에서 한국의 우위를 과시하는 것을 경계하고 ‘윈윈’하는 협력 방안을 제안하는 전략을 택했다. 선진국의 거대 자본이 선점한 방문국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선택이다.

정상급 지도자가 외교 우선순위에서 소외된 이른바 비(非) 주요국가를 방문하는 것 자체로도 ‘외교적 효과’가 상당하는 것이 외교가의 평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중앙아시아 주요 3국(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총리가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최초로 방문해 ‘정상(급) 지도자의 중앙아시아 5개국 순방 완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타지키스탄은 이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선출 선거에서 우리 정부와 서로 도울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19~21일 마지막 순방국인 카타르를 방문한 뒤 22일 귀국한다.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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