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부터 5위 NC까지 일찌감치 형성된 ‘5강’ 체제는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6~10위는 지방 팀들이 몰려 있어 ‘남부리그’, 혹은 ‘2부리그’라는 야구팬들의 비아냥이 지속됐고, 수원 연고 KT의 약진으로 지역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전반기 종료 직전 9연승과 5연승을 질주한 KT는 47승1무49패로 NC에 불과 1.5경기 뒤진 6위로 마쳤다. 만약 후반기 KT가 NC를 밀어내면 포스트시즌은 사상 초유의 ‘수도권 잔치’로 열린다.
순위 고착화는 흥행 참패의 결정적 요인이다. 전반기 총 관중은 511만2,506명(평균 1만739명)으로 전년(549만1,995명) 대비 7%가 감소했다. 4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고자 공인구 반발 계수를 낮춘 것도 패착이었다. 홈런은 작년 476경기에서 1,102개가 터졌으나 올해엔 477경기에서 688개에 그쳐 무려 37.6%나 급감했다. 리그 평균 타율도 0.283에서 0.268로 내려갔고, 장타율은 0.443에서 0.388로 6푼 가까이 떨어졌다. 평균자책점은 4.97에서 4.28로 개선됐지만 그렇다고 투수력이 월등히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이도 저도 다 잃은 ‘타저투저’에 가깝다.
전통의 인기팀 한화ㆍ롯데ㆍKIA의 동반 몰락도 야구팬들의 이탈을 부채질했다. 끝없는 투타 엇박자 속에 지난 5월 22일 이후 꼴찌에 머물러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은 롯데는 결국 전반기가 끝난 19일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을 동반 경질하고 수습에 나섰다. 후반기부터는 공필성 감독대행이 팀을 이끈다. KIA도 시즌 초반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났지만 박흥식 감독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도 시즌 초반 이용규 항명 파동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작하더니 형편 없는 경기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활력을 넣는 건 5위 경쟁에 뛰어든 KT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특별한 전력 보강 요인 없이도 이강철 감독이 팀을 잘 운영한 결과라 본다”고 말했다. 후반기에선 SK 최정(22개)과 제이미 로맥(21개), 키움 제리 샌즈(20개)가 벌이는 홈런왕 경쟁, 원태인(삼성)과 정우영(LG)의 신인왕 각축도 관전 포인트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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