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HIVㆍAIDS(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에이즈 혐오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K리그2 소속 프로축구팀 대전 시티즌은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발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된 계약 해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양성 반응을 통보받고 신속히 계약을 해지했다.”

눈을 의심했다. 부적절한 건 물론, 심지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HIV(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원인 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같은 법 8조에 따르면, 후천성 면역결핍증 검진 결과는 오직 본인에게만 알릴 수 있으며, 사업주는 그 검진결과서를 요구할 수 없다. 같은 법 7조에 따르면, 감염인의 진단 등에 참여했거나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은 감염인에 대하여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한다.

여기 그 근거가 되는 몇 가지 의학적 사실이 있다. 첫째,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는 아니다. 둘째, 후천성 면역결핍증은 기대수명을 거의 감소시키지 않으며,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관리되는 만성질환이다. 셋째, HIV는 일상생활에서는 감염되지 않으며, 심지어 혈액이나 정액 등이 피부에 묻더라도 마찬가지다. 넷째, 꾸준히 약을 복용하여 관리한 HIV 감염인의 전파력은 사실상 무시해도 될 수준까지 낮아진다.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축구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구단 측의 조치가 과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HIV의 전파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부른 허상일 뿐이다. 아무리 거친 스포츠라고 해도, 정말 일부러 감염을 일으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필드 위에서 HIV가 전파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설적인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은 1991년 HIV 감염 사실을 고백하며 은퇴했지만, 1995-96년 시즌에 복귀해 다시 뛰었다. 그의 복귀를 두고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선수인 칼 말론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에서 매직 존슨을 상대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 우리는 (그가 은퇴했던 몇 년 전과 달리 HIV에 대해) 이제 더 잘 알게 됐다.” 역시 같은 시대 선수인 찰스 바클리는 더 직설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농구를 하는 거다. 농구 코트에서 매직 존슨과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갖는 게 아니다.” 엊그제 있었던 일도 아니고, 무려 23년 전의 일이다. 1996년 미국은 이미 그랬다.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대한 가장 끔찍한 현실은, 일부 정치인, 종교인들이 이 질병을 정치적 선전에 노골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동성애를 조장하면 후천성 면역결핍증이 급증할 것이라 주장하며, 이를 반동성애 운동의 근거로 삼는다. 주장의 기층을 이루고 있는 논리적 기반은 비과학적이고 반이성적이며, 그렇게 내놓은 결론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최소한의 인권 의식에조차 반한다. 물론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예방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검진받고 관리하면 전파력조차 거의 사라지는 병이다. 의학계와 심리학계가 내놓는 공통된 정설은 다음과 같다. 성적 지향은 선택할 수 없다. 남성 동성애자를 위험군으로 분류할 순 있으나, 동성애가 HIV의 원인인 건 아니다. 문제는 성적 지향이 아니라, 감염인과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를 가졌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학계가 검증 끝에 내놓은 결론보다, 구미에 맞는 거짓말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종류의 거짓말이 그렇다. 그 편견은 죄 없는 누군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려 짓밟고, 죄 없는 우리들끼리의 정결한 가짜 천국을 세우는 데 악용된다. 구단이 일부러 거기에 편승했다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면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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