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외국 유조선 1척과 선원 12명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억류했다. 세계 각국의 원유 이동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제해권 과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미ㆍ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은 이로써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8일(현지시간) 국영방송 등을 통해 “이란산 석유 연료를 해상 환적 수법으로 밀수하던 외국 유조선 1척을 법원의 명령에 따라 14일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이 방송은 “이 유조선이 석유 연료 100만 리터(L)를 사들여 다른 나라로 몰래 운반하려 했다”며 선원 12명도 호르무즈 해협의 라락 섬 남쪽에 억류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억류한 유조선은 파나마 선적의 ‘리아호’인 것으로 보인다. 리아호는 지난 13일 심야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꺼진 채 이란 영해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조선 항로 추적업체 탱커트레커스는 16일 “리아호는 지난 1년간 두 해안(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푸자이라)을 오가며 다른 유조선에 대해 급유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란 영해에 처음으로 진입했고 AIS가 꺼졌다. 견인선이 주변에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WAM통신도 16일 “리아호가 구조 요청을 송신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이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시리아로 향한다는 이유로 해당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이란이 서방 유조선을 억류하는 등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한편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자국과 우방국 선박에 대한 호송을 위한 ‘다국적 연합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란의 이번 유조선 억류 조치로 연합체 구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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