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날카로운 신경전 오가… 회담 1시간 길어져 3시간 소요
靑, 식사 대신 메밀ㆍ우엉차 준비… 회동 길어지자 과일도 대접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청와대 회동에서는 초반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다자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ㆍ황교안 자유한국당ㆍ손학규 바른미래당ㆍ정동영 민주평화당ㆍ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첫인사를 제대로 나눌 겨를도 없이, 야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함께 둘러앉으니 참 좋다”고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야당 대표들은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지 않은 채 ‘준비해 온 할 말’로 직진했다. 회담 테이블 모양은 원형이었지만, 분위기는 둥글둥글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청와대 인왕실에서 시작한 회담은 예정 시간인 2시간을 훌쩍 넘겨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그 만큼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야당 대표들의 의전을 꼼꼼하게 챙겼다. 오후 3시 44분쯤 청와대 충무전실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먼저 도착해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안내로 야당 대표들이 입장했다. 정동영 대표는 자신보다 7살 많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 “힘드실 텐데 회춘하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북미 대화 등으로 요즘 한창 바쁜 정 안보실장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2000년 초 옛 열린우리당 의장(정 대표)과 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정 실장)으로 만났다.

오후 4시 정각 되자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은 회담장인 인왕실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표님들께서도 하실 말씀 많으실 텐데 제가 잘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면서 여야 대표들에게 발언 순서를 넘겼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들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등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할 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메모지에 발언 내용을 받아 적었다. 정부와 국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발언이 나올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이 회담 성과에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회담이 끝난 뒤 손학규 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내가 문 대통령에게 ‘만족하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공동발표문에 추가경정예산안 내용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은 오늘 회동을 계기로 추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듯 싶다”고 말했다.

회담은 예정 시간을 1시간 가량 초과한 오후 6시58분에 종료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당 대표들과의 회동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야가 식사 없는 회담을 약속한 터라, 청와대는 저녁식사 대신 메밀차와 우엉차를 준비했다. 예상보다 회동이 길어지자 참석자들에게 과일을 대접했다고 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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