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보다 2배 길게 모두발언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 시작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청와대 회담에서는 초반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다자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ㆍ황교안 자유한국당ㆍ손학규 바른미래당ㆍ정동영 민주평화당ㆍ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덕담 첫인사를 제대로 나눌 겨를도 없이, 야당 대표들은 ‘정치적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지 않은 채 ‘준비해 온 할 말’로 직진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책 외에 △소득주도성장정책 폐기 △외교안보라인 교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 △개헌 등 다양한 의제들이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테이블 모양은 원형이었지만, 회담 분위기는 둥글둥글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청와대 인왕실에서 시작한 회담은 예정 시간인 2시간을 훌쩍 넘겨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는 회담의 핵심 의제인 일본 경제 보복에 집중했다. 여야의 초당적 대응과 대책 마련을 위한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사이에서 주로 ‘듣는 태도’를 취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 순서에서 문 대통령에 뒤이어 차례가 오자 이 대표는 “오늘은 야당 대표들의 말씀을 많이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저는 나중에 말하겠다”며 황교안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이 야당과 다툴 때가 아니다”라는 경고 메시지로 발언을 시작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외교안보정책과 적폐청산을 전방위로 비판했다. 황 대표의 모두발언은 8분 35초 동안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시간(3분 51초) 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 면전에서 “여당과 정부는 적폐청산을 앞세우며 외골수의 길로 간다” “새로운 적폐를 쌓으면서 내로남불한다” “책임행정이 실종됐다” “경제 현장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많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손학규 대표도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철학을 바꿔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강행을 겨냥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무시하면 안 된다.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동영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요구했다. 또 “국방부 장관 해임안과 같은 부분은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발의한 정경두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사실상의 최저임금 동결과 주52시간제 무력화 움직임 등 노동 현안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재계에서 탄력근로제 뿐 아니라 선택제 근로제, 재량근로제와 같이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고 한다면 고임금에 대한 속도조절은 왜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결단과 대통령의 대책 마련을 요청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회담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고민정 대변인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각 당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들이 배석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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