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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반영 안 했는데… 10년 만의 최저 성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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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반영 안 했는데… 10년 만의 최저 성장 위기

입력
2019.07.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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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분석] 

 한은, 올해 성장 전망치 2.2%로 0.3%p↓… 시장 예상 뒤집고 기준금리도 0,25%P↓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한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18일 전망했다. 아직 국회도 통과하지 못한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반영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악영향은 본격 감안하지 않았는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예고한 것이다. 한은이 이에 전격 기준금리 인하라는 강수를 뒀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마저 더 떨어진 상황이어서 금리인하 만으로 경기가 살아날지에 의구심도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추이. 그래픽=김경진기자
경제성장률추이. 그래픽=김경진기자

 ◇2009년 이래 최저 성장 전망 

한은은 이날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4월 발표) 2.5%에서 2.2%로 0.3%포인트나 낮췄다. 이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2.4~2.5%)보다 하단이 0.2%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올해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성장)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6%에서 2.5%로 내렸다.

정규일 부총재보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미ㆍ중 무역분쟁 향방의 불확실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낮춘 결과”라며 “올해 1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0.4%)이 예상보다 낮았던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설비투자 전망은 종전 0.4% 증가에서 5.5% 감소로 돌아섰고, 수출 증가율 역시 2.7%에서 0.6%로 대폭 낮아졌다. 수출 부진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종전 665억달러에서 590억달러로 떨어졌다. 경상수지 연간 흑자액이 600억달러를 밑돈 건 2012년(488억달러)이 마지막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종전 1.1%에서 0.7%로 낮췄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물가가 하반기에도 0%대 행진을 지속할 걸로 본 것이다. 내년 물가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한은 관리 목표(2%)를 한참 밑도는 1.3%을 기록할 전망이다. 거의 유일하게 전망치가 개선된 부문이 취업자 수(월 평균 14만명→20만명)인데, 정부 단기사업에 고용되거나 생계형 농사에 종사하는 노인 위주로 취업자가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다.

문제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잠재 악재가 많아 ‘올해 2.2% 성장’ 전망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한일 교역 규모나 산업 연계성 등을 감안하면 경제에 막대한 파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사태 전개 양상이나 피해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이번 전망에 구체적 수치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환석 조사국장은 “수출, 투자 등을 전망할 때 전망치 범위 중 낮은 쪽을 택하는 선에서 일본 수출 규제 리스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4월 전망 땐 감안되지 않았던 추경의 경제 효과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을 근거로 이번 전망에 담겼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경기 급락에 조기 금리인하 단행 

한은은 경기전망 악화에 대응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시장의 ‘8월 인하’ 예상을 뒤집는 전격적인 조치였다.

이주열 총재는 “상반기 중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한은이 새로 추정한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이 연 2.5~2.6%”라고 공개하면서 올해 2.2% 성장 전망이 성장잠재력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강조했다. 금통위도 이날 의결문에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기존 문구를 삭제하고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건 2016년 6월(연 1.50→1.25%)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앞서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맞서 2012년 7월부터 8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하다가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에 각각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시장에선 이번 금리 인하가 한은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라고 관측하며 연내 추가 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경기 부양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금리가 따라 내려가면서 기업 자금조달이나 가계 부채상환의 부담이 줄어들고, 이는 투자와 소비 증진에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집값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를 펴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면 연속적인 금리인하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이미 낮은) 지금 금리 수준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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