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부결 시 오히려 트럼프 지지층 결집 역효과 우려 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손가락으로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미소짓고 있다. 그린빌=AP 연합뉴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 탄핵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조차 대거 반대표를 던진 데 따른 결과로 탄핵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탓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하원 과반을 민주당이 차지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은 민주당 앨 그린 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고 찬성 95표, 반대 332표로 부결시켰다. 여당인 공화당(197석)은 물론 민주당(235석)에서도 투표 참석자 중 과반이 넘는 137명이 탄핵 반대에 표를 던졌다.

탄핵안이 부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유세 현장에서 “(탄핵 시도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시간 낭비 말고 이제 일로 복귀할 시간”이라고 조롱했다. 민주당 내 유색 여성 의원들을 겨냥해 “끊임없이 미국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하는 증오로 가득 찬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하자”라며 인종차별적 발언도 이어 나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ㆍ일한 오마르ㆍ라시다 틀라입ㆍ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 등 유색 인종 여성의원 4인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써 논란을 빚었다. 표적이 된 4인을 포함한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종차별행위로 규정한 결의안을 하원에서 찬성 240표, 반대 187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같은 기세를 타고 하루 만에 이뤄진 이번 탄핵안 표결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인종차별주의자’ 낙인을 찍고 정치적 타격을 안길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민주당 수장 격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국민이 그들 편에 서지 않는 한 탄핵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는 6개 상임위원회를 통해 권력 남용, 사법방해 그리고 대통령이 관여했을 수 있는 나머지 의혹들과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탄핵하기에 이번 ‘인종차별적 발언’ 명분은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또 하원을 통과했다 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될 경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결집만 가져올 수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도 깔려 있다.

민주당 내 소수 급진파와 다수 중도파 간 분열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을 둔 민주당의 분열이 어느 정도인지가 이번 부결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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