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생태감각’ 전시 중 이소요의 ‘TV정원: 주석’. 센터 1층에 설치된 백남준 작품 ‘TV 정원’ 속 식물을 채취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의 ‘TV정원’. 이소요 작가의 ‘TV정원: 주석’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신지후 기자

나무, 풀, 물, 달, 물고기….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이 여러 차례 사용한 작품의 소재들이다. 비디오와 미디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져 온 첨단의 그를 떠올린다면 조금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백남준은 평생 지구와 자연, 생태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45년 전인 1974년에 천명한 백남준의 말에서 자연에 대한 그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생태학은 경건한 세계에 대한 관념이다. 그것은 세계의 기획, 전 지구적 순환,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백남준의 이러한 철학을 기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센터)가 지구 생태계를 위한 기획전 ‘생태감각’을 연다. 박민하, 박선민, 조은지 등 10명의 작가(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간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생을 위한 새 감각을 제안하는 전시다. 디지털 벽화와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진다.

백남준아트센터 '생태감각' 전시 중 조은지의 '문어의 노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지구와 자연이 주제인 전시답게 동ㆍ식물의 원형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백남준의 대표작이자 센터 1층에 상설 전시돼 있는 ‘TV 정원’(1974)을 하나의 생태현장으로 규정하고 이를 재해석한 이소요 작가의 ‘TV 정원: 주석’이 대표적이다. ‘TV 정원’은 나무, 풀과 현대적 영상을 지속적으로 비춰대는 TV브라운관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센터에 설치된 지 10여년이 흘렀으니 세균, 곰팡이, 버섯, 곤충 등이 자라고 있다. 이소요는 이 작품 속 생물들을 채취해 보존용액에 담가 놓는가 하면, 현미경을 설치해 생물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마치 한 생물학자의 연구실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다.

반대로 지극히 현대적인 오브제를 자연의 요소로 읽어낸 이들도 있다. 작가 제닌 기는 컴퓨터 등 미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고 가정한 ‘선구체’ 연작을 내놨다. 흙과 철가루, 전자석이 널려있는 바닥에 TV모니터, 스피커가 마치 채굴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체처럼 설치된 작품이다. 자성물질이나 철 같은 지구의 요소들이 환경, 인류와 호흡하면서 미디어를 탄생시켰다는 해석이다. 제닌 기 작가는 “자연과 인간도 교류하지만, 인간과 기술 사이에도 생태학적 관계가 있을 거란 호기심에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아트센터 ‘생태감각’ 전시 중 백남준의 작품 ‘사과나무’.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좀체 어우러지기 힘들어 보이는 TV브라운관과 생명체를 접목한 백남준의 실험도 볼 수 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며 전시관 초입에 설치된 ‘사과나무’(1995)는 33개 TV브라운관이 나무 형상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니터 속 영상 속에는 물고기, 새, 누드모델 등의 모습이 생명력을 뿜어내듯 빠르게 오간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어항에 TV모니터 24대를 설치한 ‘TV 물고기’(1975), ‘TV 정원’은 이번 전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센터 내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