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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다리는 '레고'랍니다! 지치지 않는 두발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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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다리는 '레고'랍니다! 지치지 않는 두발 멍멍이

입력
2019.07.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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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은 채 반려인과 함께 하이킹에 성공한 강아지, 성장은 멈췄지만 보호소 직원과 함께 친구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인기쟁이 고양이 등…. 그 동안 신체적 장애가 있든 없든,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여러 동물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오곤 했는데요. 오늘은 두 발로 여기저기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니는 한 강아지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앞으로 더 빠르고 에너지 넘치게 달릴 거예요!'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앞으로 더 빠르고 에너지 넘치게 달릴 거예요!'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동물 전문매체 ‘더 도도(The Dodo)’는 14일(현지시간), 집 이곳 저곳을 깡충거리며 누비는 한 살배기 강아지 '그레이시(Gracie)'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얼핏 보면 여느 아기 강아지의 발랄한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레이시'는 양쪽 앞다리가 없이 태어난 강아지입니다.

그레이시는 발견 당시부터 앞다리가 없었다고 한다.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그레이시는 발견 당시부터 앞다리가 없었다고 한다.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정확한 시점은 공개된 바가 없지만, 그레이시는 지난해 한 동물병원 근처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발견 당시 그레이시는 앞다리가 모두 없는 상태였고, 눈과 발 주변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고 합니다. 태어난 지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건강이 염려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죠.

그레이시는 곧바로 미국 동물구조단체 'Mostly Mutts'에게 구조돼 응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17일, 건강을 되찾은 그레이시는 그동안 자신을 보살피던 해당 단체의 대표(Executive Director) 태미 털리(Tammy Turley) 씨에게 입양됐습니다.

"그레이시를 돌보다 보니, 이 아이의 매력에 빠져버렸지 뭐예요~"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그레이시를 돌보다 보니, 이 아이의 매력에 빠져버렸지 뭐예요~"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털리 씨의 가족이 된 그레이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생활에 '완벽 적응'했다고 하는데요. 호기심 많고 활발한 이 강아지는 온종일 뒷다리로 땅을 박차고 깡충거리며 집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털리 씨에 따르면 그레이시는 특히 멀리 던진 장난감을 물어오는 놀이를 제일 좋아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레이시의 활동량이 점점 늘어날수록, 털리 씨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졌습니다. 매번 뒷다리 힘을 이용해 점프하며 움직이는 그레이시의 경우, 관절이나 엉덩이 쪽 근육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했기 때문이죠.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뜀박질하는 동작이 크다 보니 폐나 심장 쪽에도 무리가 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털리 씨는 그레이시를 위해 '작은 휠체어'를 만들어줘야겠다고 결심했고, 단체에서 자원봉사 중이던 열두 살 소년 딜런(Dylan) 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레이시를 위해 레고로 휠체어를 만들고 있는 딜런 군의 모습.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그레이시를 위해 레고로 휠체어를 만들고 있는 딜런 군의 모습.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평소에 '레고(LEGO)'를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소년은 얼마 후 별도의 설명서 없이, 그레이시에게 딱 맞는 '레고 보행기'를 제작해냈죠.

'비포 앤 애프터라개!'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비포 앤 애프터라개!' Amazinggracie.ga 페이스북 계정 캡처

자신을 위한 특별 보행기가 완성되자, 그레이시는 곧바로 시승에 나섰는데요. 처음 보는 물건에 몸을 기대는 게 어색했는지 그레이시는 보행기에 탑승한 후 몇 분 동안 '얼음'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강아지를 위해, 털리 씨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레이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몇 조각을 꺼내 발걸음을 자연스레 유도한 것인데요. 다행히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레이시가 익숙한 향기를 따라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 보는 물건일세?' 처음 타보는 휠체어에 '얼음'이 된 그레이시의 모습.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처음 보는 물건일세?' 처음 타보는 휠체어에 '얼음'이 된 그레이시의 모습. 더도도 유튜브 계정 캡처

털리 씨에 따르면, 그레이시는 거의 매일 '레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마당을 누빈다고 합니다. 그 동안 폴짝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온 힘을 다했다면, 이제는 바퀴 달린 보행기를 타고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 '폭풍 질주'를 한다고 하는데요. 털리 씨는 14일 더도도와의 인터뷰에서 "산책 후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그레이시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일어서서 달릴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털리 씨는 '프로 기술자' 딜런 군과 함께 몸집이 커진 그레이시를 위한 새로운 보행기를 제작하는 중입니다. 전보다 세련된 디자인에 더 튼튼해진 보행기를 만드는 중이라고 하니, 그레이시의 발걸음도 예전과 비교해 훨씬 가벼워질 수 있겠죠?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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