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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포퓰리즘의 원동력

입력
2019.07.22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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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화인가 경제인가. 최근 포퓰리즘에 관해 벌어지는 논쟁의 상당수는 이 프레임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 유럽의 우파 배외주의 정당 출현은 외국인 혐오, 국수주의, 권위주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가치관이 더 벌어진 결과인가. 아니면 금융위기와 긴축, 세계화가 부추긴 많은 유권자들의 경제적인 욕구와 불안을 반영하는 것일까.

원인에 따라 해법도 다르다.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뿌리가 경제라면 다른 방식의 포퓰리즘이 적절하다. 경제 불평등과 포용을 정책 목표로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다원적이고 민주주의를 해치지 않는 형태면 된다. 그러나 문화와 가치가 문제라면 별로 해법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내부 역학관계와 모순으로 파멸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몇몇 문화적 논쟁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례로 많은 미국의 시사해설자들은 트럼프의 인종주의를 주시한다. 그러나 인종주의는 미국 사회에서 항상 언급되는 주제여서 트럼프의 인종주의 발언이 왜 그리 인기를 끄는지는 그 자체로 설명이 안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정교한 해석도 많은데 가장 빈틈없고 패기 있는 것 중 하나는 권위주의 포퓰리즘이 긴 세대에 걸친 가치 변화의 결과라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피파 노리스와 미시간대 로널드 잉글하트의 주장이다. 그들은 최근 저서에서 젊은 세대는 더 부유해지고, 더 교육받고, 더 안전해지면서 종교, 전통의 가족 구성, 순응을 버리고 세속주의, 개인의 자율성, 다양성을 강조하는 ‘탈물질주의‘ 가치를 받아들였다. 구세대는 소외되어 사실상 ‘내 집에서 손님’이 됐다. 이런 전통주의자들은 수적으로 적어졌지만 더 많이 투표하고 정치적으로 더 적극적이다.

니스캐넌센터의 윌킨슨도 도시화의 역할에 주목하는 비슷한 주장을 최근 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화는 경제적 풍요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측면에서도 사회를 분열시키는 공간 분류 과정이라고 한다. 도시화는 자유주의의 가치가 지배하는 번창한 다문화적 밀집지역을 만들어내지만 한결같이 보수주의적이며 다양성을 혐오하는 농촌 지역과 소규모 도심지를 곁에 둔다. 게다가 자기강제적이다. 대도시의 경제적 성공은 도시적 가치를 입증하지만 이를 위해 뒤처진 지역에서 이주해야만 하는 선택이 남기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다. 유럽에서나 미국에서나 동질적이고 보수적인 지역이 이민을 배척하는 포퓰리스트의 지원지가 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포퓰리스트들에 대한 정치적 지원과 경제 충격을 연관 지은 연구를 많이 했다. 이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할 MIT의 데이비드 아우터 등의 연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얻은 표는 대중 무역 충격 규모와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딱히 큰 변수가 없는 한 대중 수입 증가로 인한 일자리 손실이 클수록 트럼프 지지가 높아진다. 대중 수입이 2002~2014년 동안 50% 낮았더라면 민주당 후보 클린턴이 주요 표밭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해 당선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실증 연구들은 서유럽 상황도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수입품 보급률 상승은 영국에서 브렉시트 지지와 유럽의 극우 국수주의자 출현과 관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긴축과 경제 불안을 낳는 여러 조치도 통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에서는 증가하는 노동시장 불안이 극우민주당의 부상과 실증적으로 관련이 있다.

문화적, 경제적 논쟁은 완전히 모순되지는 않지만 서로 긴장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종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탈물질주의와 도시화 같은 문화적 경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포퓰리스트가 득세하는 시점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노리스와 잉글하트는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 소수가 됐지만 여전히 큰 정치적 세력을 가지는 임계점을 가정한다). 문화에 기반한 해석을 선호하는 이들이라고 경제 충격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충격은 문화적 분열을 부추기고 악화시켜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에게 힘을 더해 주었다.

예를 들어 노리스와 잉글하트는 “중기적 경제 여건과 사회적 다양성의 성장이 문화적 반발을 가속화했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요인이 포퓰리스트 정당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실증 연구를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윌킨슨은 도시화에 따른 문화 차별을 경제 충격이 가속화시켰기 때문에 ‘인종 문제’와 ‘경제 문제’가 양자택일해야 할 가설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중국무역 충격과 같은 요인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이미 존재하는 사회 분열의 맥락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경제결정론자들은 알아야 한다.

사실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대두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보다 거기서 어떤 정책적 교훈을 얻어낼 것인지가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이에는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평등과 불안정에 대한 경제적 해법이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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