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수출 규제 이후 공급처 다변화 등
한국 정부ㆍ기업들 움직임 주시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이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 강화 시행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과 한국 업체들이 일본 외 국가로부터 반도체 소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공급처를 다변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한일 경제분쟁으로 첨단소재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점유율 하락 등 부메랑 피해에 대한 우려를 본격 제기했다. 일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제3국 중재위원회 시한으로 못 박은 18일 “수출 규제는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 대항조치”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행정부의 보복조치를 향해 신중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규제대상 품목인 불화수소와 관련해 한국, 중국, 대만 제품의 품질 성능 시험에 착수해 일본 제품을 사용했을 때와 동일한 품질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지 검증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다뤘다. 신문은 “한국이 일본에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일본의 (불화수소 시장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세계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오랜 노하우를 단시일 내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급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데다, 일본도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갈등 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 성공한 적이 있는 만큼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경제 갈등) 문제가 길어지면 일본을 대신할 조달처가 나타날 위험이 항상 따라다닌다”고 지적했다.

기무라 슌(木村旬) 마이니치(每日)신문 논설위원은 이날 “한국에서 제조하는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일본의 (소재) 수출이 국제 공급망의 기점이 돼 왔고, 그 수도꼭지를 조이는 영향은 광범위하게 미친다”며 일본발(發) 국제 공급망 혼란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다음달에도 수출규제를 확대할 방침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새로운 규제 대상으로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재료가 거론되고 있으며 이 경우 한국은 반도체에 이어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특히 양국이 보복을 주고받을 경우 국제 공급망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언론과 산업계 분위기에 대해 “아직은 일본 기업에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다만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하강속도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NHK는 ‘군사전용’ 우려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반도체 핵심 소재 등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서도 한국에 수출 허가를 즉각 내줄 방침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보도했다. 통상 군사전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통상 90일의 심사기간을 단축해 신속히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일본 정부가 열어놓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자국 수출기업 등에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관련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 시한인 이날 밤 12시까지 한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교도(共同)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외무성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19일 오전 초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9일 고노 다로(河野太郎)외무장관이 입장을 표명하고, 당분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는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副)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상 정해진 시한인 오늘 자정까지 중재에 응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중재위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