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통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ㆍ유통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30)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을 의 증거 능력을 부인하고 나섰다.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를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익 제보임을 감안하면, 정준영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준영 측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앞서 정준영의 휴대폰에서 추출된 단톡방 대화 내용은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변호인단 주장의 핵심은 단톡방 대화 내용이 복원되는 과정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란 것이다. 정준영의 단톡방 대화내용은 정준영 측이 2016년 9월 디지털포렌식(컴퓨터ㆍ휴대폰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기술) 작업을 의뢰한 사설업체가 몰래 뽑아낸 내용이라는 것이다. 남의 휴대폰에 들어 있던 개인정보를 사설업체가 빼돌린 셈이니, 이렇게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는 법정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 안기부의 불법 도청 자료가 폭로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안기부가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독수독과론 논란이 일었고, 결국 X파일 내용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되는 대신 X파일을 폭로한 이들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았다. 단톡방 내용을 토대로 정준영뿐 아니라 빅뱅 전 멤버 승리(29ㆍ본명 이승현), 밴드 FT 아일랜드 출신 최종훈(29) 등 수사를 진행해온 경찰로서는 민감한 대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준영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쓰일 수 없다는 원칙은 수사기관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정준영의 단톡방 대화 내용은 수사기관 이전에 일반인이 입수한 것이다. 이 경우엔 증거로 인정했을 때 얻을 이익, 그리고 증거로 인정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이 피고인의 알몸을 찍은 사진을 간통죄의 증거로 인정한 1997년 대법원 판례까지 감안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단톡방 내용이 ‘공익제보’ 형태로 수사기관에 넘어갔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공익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대검찰청을 거쳐 경찰에 전달된 것이라 불법적 증거수집이라 말하기 어렵다. 신병재 변호사는 “단톡방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다 해도 권익위 등을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전달됐다면 불법성이 어느 정도 희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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