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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사과하라” 女 장애인들 뿔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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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사과하라” 女 장애인들 뿔난 이유는?

입력
2019.07.18 16:42
수정
2019.07.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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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4일 광주 남구 사동 여성장애인복지센터에서 열린 제8회 현장 경청의 날에서 광주여성장애인연대 회원 등 이용자들의 고충을 듣고 건물 안전성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4일 광주 남구 사동 여성장애인복지센터에서 열린 제8회 현장 경청의 날에서 광주여성장애인연대 회원 등 이용자들의 고충을 듣고 건물 안전성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최근 광주여성장애인연대가 입주해 있는 가건물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하루 빨리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드려야겠습니다. 시장은 시민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것은 저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미안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십시오.” 여성장애인연대가 “이 시장이 힘겹게 인권활동을 해온 우리들을 우롱했다”고 분노한 배경이었다. 이 단체는 이 시장이 4일 오후 남구 사동 여성장애인복지센터에서 ‘제8회 현장 경청의 날’을 열어 여성장애인연대가 사용 중인 2층짜리 가건물 시설 현황을 점검한 후 건물 신축 방안을 약속해 놓고 이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고 발끈했다.

당시 이 시장은 2023년 준공 예정인 장애인회관에 입주하는 방안과 시 소유의 다른 건물로 이주하는 방안, 현 복지센터 옆에 새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가 1억1,000만원을 들여 엘리베이터 교체와 천장 누수 방지 등 보강공사를 추진하던 계획을 철회한 셈이다. 이 시장이 낡은 가건물에 대해 기능 보강만 해선 여성장애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 안전 점검 결과 폐쇄 판정을 받았고, 천장은 빗물이 새 감전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상시 구조 장치도 변변찮은 탓에 그간 여성장애인연대 측은 관계기관에 안전 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예산 타령과 관련 부서 떠넘기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건물 신축안’을 내놓자 회원들은 즉각 환호했고, 당시 행사 참석자들 대부분도 건물을 신축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한 회원은 “경청의 날 행사가 끝난 뒤 한 공무원은 ‘건물 신축할 때까지 옮겨서 생활할 곳을 마련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행사 후 광주시의 공식 블로그인 ‘광주랑’은 이 시장의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반전의 감동’이라고 한껏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감동은 보름도 채 가지 못하고 ‘분노’로 재반전됐다. 시가 지난 11일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다시 가건물 기능보강 쪽으로 입장을 바꾼 탓이다. 여성장애인연대 측은 이튿날 시에 공문을 보내 약속을 깬 이유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묵묵부답이었다. 참다 못한 여성장애인연대는 18일 오후 시청 앞에서 약속을 어긴 이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시장 면담도 요청했다. 다급해진 건 광주시였다. 시 관계자는 17일 오후 허겁지겁 여성장애인연대 사무실로 달려가 “22일까지 답변을 주겠다”며 예정된 기자회견 취소를 요청했다.

여성장애인연대는 일단 시의 답변을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가슴 속에 쌓인 불신과 앙금을 털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사달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이 시장과 공무원들의 민낯을 여실히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21개 장애인ㆍ여성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힘을 보태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성장애인연대 관계자는 “이 시장이 이렇게 신용이 없는데, 광주시민들은 (공직자들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자신들 맘대로 (장애인들에겐) 이 말을 해도 되고, 저 말을 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대해 참을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성숙도와 인권의식을 나타내는 척도라는 걸 이 시장은 깨달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시는 이에 대해 “지난 11일 관계부서 의견을 종합한 결과, 타 장애인단체와의 형평성, 행정의 신뢰성 등을 감안해 현재 추진 중인 장애인회관에 입주하게 하되, 회관 준공 시까지 건물의 안전 및 이용편의를 위해 우선 건물 기능보강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후 효과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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