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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조희연 “서울 8개 자사고, 공정 평가로 지정 취소… 교육부 동의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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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조희연 “서울 8개 자사고, 공정 평가로 지정 취소… 교육부 동의 확신”

입력
2019.07.18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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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요즘 입시는 내신ㆍ학종이 대세… 강남 8학군 부활 근거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문제를 놓고 이충재 수석논설위원과 대담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문제를 놓고 이충재 수석논설위원과 대담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북 상산고에서 시작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쟁이 서울 지역 자사고들의 무더기 지정 취소 결정으로 가열되고 있다. 찬성 쪽은 “자사고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자사고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정 취소 결정이 난 자사고들은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어서 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교육계에는 자사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시ㆍ도교육청 평가가 아닌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 고교체제를 일반고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며 자사고와 외국어고의 폐지 여부에 대한 공론화를 제안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 13곳 중 8곳에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는데 탈락한 학교에선 “각본에 짜맞춘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라 공정성과 합리성, 일관성을 평가 내내 강조하고 견지했다. 교육부가 만든 평가 표준안을 그대로 따랐다. 평가 지표도 사전에 발표해 자사고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최대한 수용했다. 우리로서는 법정에 가더라도 항변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이 자사고 논란에 대해 “의견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는데.

“나름대로 자사고들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개인적 소신과 정책적 방향과는 별개로,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대학교육 개혁 운동을 했을 때도 교육당국이 합리성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항변을 해왔다. 2015년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자사고 탈락을 방지하려고 기준점수를 종전 70점에서 60점으로 낮췄을 때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인 것도 그런 이유다.”

-자사고 측에선 모든 고교가 입시준비에 치중하는데 유독 자사고에만 굴레를 씌우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사고는 2009년 고교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목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 보다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준비기관 성격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유발, 일반고 황폐화 등의 부정적 측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반고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자사고로서 특혜를 받을 이유가 없다.”

-평가위원 명단과 총점수 비공개 등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비밀주의 행정이 또다른 논란을 낳는 것 아닌가.

“평가위원 명단은 개인 신상에 관한 것으로 공개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관련 법령에 따라 비공개로 한 것이다. 평가점수 공개는 학교 서열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당초 비공개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평가대상 학교에는 점수를 통보했고, 특히 지정취소 학교들에는 청문 준비를 하도록 세부 항목에 대한 점수까지 제공했다.”

-일각에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요즘 입시는 학생부 내신과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위주로 한 수시 모집이 대세라 내신이 불리한 강남 8학군으로 전입해야 할 요소가 많이 줄었다. 자사고 경쟁률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도 내신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자사고가 줄면 강남 집값이 오른다거나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은 근거가 없다.”

-진보진영에서는 “왜 13개 자사고를 다 취소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보적 교육감으로서 교육행정을 하면서 언제나 양측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13개를 모두 취소시키라’는 진보측 요구와 ‘왜 8개씩이나 취소하느냐’는 보수측 주장이 팽팽하다. 이런 현실에서 언제나 균형점이 뭔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진보적 교육단체와 조금의 긴장이 있더라도 합리성과 공정성을 지키자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상산고와 서울 지역 지정 취소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 동의 여부가 조만간 나오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상산고는 모르겠으나 서울의 경우 교육부 표준안을 100% 수용해 평가한 결과라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5년 전 박근혜 정부는 서울시교육청의 동의 요청을 거부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때와 같은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부동의 한다면 법치주의 틀 내에서 교육부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진보교육감은 법률 정비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 같은 평가를 통한 지정 취소 방식은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만 부추긴다. 시ᆞ도교육청 간 기준 점수가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한 남은 학교는 희소성으로 인해 더욱 일류고로 인정을 받아 경쟁이 과열될 우려도 있다. 교육부에서는 당초 평가권한을 교육청에 이양하고 평가결과를 존중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자사고 근거 조항을 삭제해 일괄 전환이나 연차적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교육부가 적극적 주체로 나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교체제 개편에 달려 있는데 별로 진전이 없다.

“교육부는 설립 추진 중인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고교체제 개편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나,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면 현재의 국가교육회의에서 5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본격적인 공론화를 시작했으면 한다. 대입 제도 공론화는 3년 단위로 하는데 이 문제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현 고교 유형은 영재고,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너무 복잡한데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큰 틀에서 대학 입시 단순화처럼 고교체제를 단순화해야 한다. 자사고가 사라져도 일반고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해 얼마든지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 외고도 과거 외국어 전문인재 양성의 목적이 사라진 만큼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되면 고교 유형이 일반고 중심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바탕에는 우리 교육계의 오랜 논란인 평등성과 수월성 문제가 깔려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는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가 있다. 과거 평등한 교육 출발선 속에서 계층 상승이나 사회적 인재로 성장한 긍정적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사고가 미국이나 유럽의 좋은 사립학교를 벤치마킹했지만 한국에선 수용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평등성과 수월성 모두 중요하다. 바람직하기로는 평등성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월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류대학 가는 게 수월성은 아니며, 자사고의 경우 평등한 교육생태계를 훼손한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

-‘일반고 살리기’는 이전 정권 때부터 추진해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마련 중이다. 교육부도 일반고 역량 강화 종합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학생 선택 폭을 늘리고 문과와 이과의 벽을 허문 2015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전면화되는 고교학점제, 이와 연동되는 내신 절대평가가 한 묶음으로 시행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과거형 입시교육의 기반이 현저히 약화되리라고 본다.”

-교육감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자평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한 단계 전진한 일이다. 사립유치원의 대표격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단행한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 16년 동안 서울 지역에 설립을 못했던 특수학교를 임기 내에 3곳 정도 마련키로 한 것도 다행이다. 다만 무릎 꿇은 학부모들의 호소를 전환점으로 설립키로 한 강서 서진학교의 경우 공사 차질로 9월을 넘겨 개교하게 된 게 죄송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지지율이 30%대에 그치고 있다. 교육당국이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달라지는 데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크다. 이를 막고자 국가교육위원회도 만드는 건데, 교육 의제의 탈정치화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위원회는 보수와 진보 간의 협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원들 구성이 보수와 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인사들로 꾸려졌으면 한다. 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도 단기적 과제는 정파적, 정략적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장기 개혁안을 깊이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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