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면 평생 시도조차 못해볼 경험들이 있다. 이를테면 ‘갈대 빨대’ 만들어보기 같은 거다. 플라스틱 빨대가 발명되기 전에도 세상에 빨대는 존재했다. 고대 사람들은 갈대를 통에 꽂아 음료를 마셨다.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갈대를 한아름 베어와 빨대 길이만큼 자른다. 굵은 바늘로 마디 속을 뚫고, 사포질로 양끝을 매끄럽게 다듬은 다음, 펄펄 끓는 소금물에 삶아 살균까지 한 뒤 쨍쨍한 햇볕에 3일동안 잘 말리면 완성이다. ‘이파브르의 탐구생활’은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초보 농사꾼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귀농 일기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던 저자는 2년 전 강원 홍천군 작은 마을에 터를 잡았다. 마당 너른 집을 꿈꿨지만 군부대 정문 앞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산다. 아침마다 새소리 대신 애국가를 들으며 깨지만 그래도 행복하단다. 책에는 저자가 ‘언니’라 부르는 마을 할머니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의 작은 것들을 가만히 탐구하는 저자의 여유가 부럽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이파람 글ㆍ그림
열매하나 발행ㆍ240쪽ㆍ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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