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국가교육회의 기획조정관이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전망과 향후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교육부가 갖고 있던 초중등교육의 권한을 시ㆍ도교육청에 이양하고,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권한만 행사하겠다.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담당하겠다.” 교육 자치를 강화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교육 공약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9월 대통령령으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한다. 교육 혁신, 학술 진흥, 인적자원 개발 및 인재 양성 관련 주요 정책 사항을 효율적으로 심의ㆍ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향후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 국가교육위를 만들어 가기 위한 토대를 닦는 과정이었다.

교육부는 같은 해 10월, 교육부 훈령으로 ‘교육 자치정책협의회’를 설치한다. 교육ㆍ학예 분야의 지방 분권, 학교 민주주의 등 교육 자치를 종합ㆍ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육부장관과 교육감협의체의 대표자가 공동의장을 맡는 상징적 협의체였다. 국무총리도 힘을 보탰다. 같은 해 12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지방교육 자치강화추진단’을 교육부 소속으로 구성한다. 지방교육 자치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법령 정비 지원 등 지방교육 자치 강화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간 말만 무성했던 교육 자치는 이렇게 틀을 갖추니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이 항로가 그리 순탄치 않다. 국가교육위는 입법 발의만 됐을 뿐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 개혁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국회가 파행을 빚은 것이 주된 이유다. 국회 파행도 뼈아프지만 국가교육위의 기능, 위원 구성 등을 두고 여전히 말들이 많다. 애초에 국가교육위가 만들어지길 기대했던 이들도 이 대목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교육부에 설치된 ‘지방교육 자치강화추진단’도 노력에 비해 계획에 따른 추진 실적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곧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것처럼 기대했던 ‘교육 자치정책협의회’도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훈령에 분기별 1회 정기회의를 명시하고 있는데 출범 이후 지금까지 4차에 걸친 회의가 겨우 열렸으니 제때 회의조차 열지 못했던 셈이다.

구체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에 현재까지 권한 이양 진행 상황을 물었다. 사무국 담당자는 “실무선에서 조율이 되지 않으면 안건 상정도 어렵고, 진통 끝에 안건 상정이 되어 회의에서 합의되더라도 교육부에서 ‘교육 자치정책협의회는 교육부장관의 심의ㆍ조정기구임’을 강조하는 후속 조치를 보내며 이행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부도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연히 만난 교육부 고위관계자에게 권한 이양이 더딘 이유를 물었다. “학교 자치가 안 되어 있어서 시ᆞ도교육청에 권한 이양이 쉽지 않다”는 대답이었다. 유ㆍ초ㆍ중등교육의 권한을 시ᆞ도교육청에 이양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교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학교 자치가 안 되어 있어서 권한 이양이 어렵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권한을 이양하기로 합의한 1차 우선 정비과제(범교과 학습 주제 등 창의적 체험 활동 규제적 요소 정비, 교육과정 대강화 및 학교교육과정 편성권 확대, 교원평가제도 개선, 학교폭력대책 관련 비교육적 요소 정비, 연구대회 개선, 정보공시제도의 학교 부담 완화 및 간소화, 외국어고ㆍ국제고ㆍ자사고 지정 등 권한 배분 등)마저 여전히 교육부가 그 권한을 쥐고 있다.

교육 자치를 강화한다더니 이마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을 넘었으니 중간평가 삼아 따져보자. 자치의 핵심은 권한과 책임의 분배다. 이 기준으로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자. 누가 이유를 말하고 핑계를 대는지 분명해질 것이다. 교육 자치가 이렇게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실현 의지는 있는가? 이유와 핑계 사이에서 학교는 안중에 있는가?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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