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련 언급 비판 받아…전문가 “무분별한 강요 경계” 반론도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본 문화를 소비한 유명인이 여론의 뭇매를 잇따라 맞고 있다. 유튜버, 연예인 등도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에게 불매 운동 참여를 강요할 수 없다는 반론으로 온라인이 뜨겁다.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협찬 받은 일본 화장품을 소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논란이 일자 다음날 영상을 삭제하고 “현재 이슈와 맞물려 이 제품을 프로모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보다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먹방’ 유튜버 미니잇도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찹쌀떡을 ‘모찌’로 표기한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이전에 김밥을 ‘코리안 스시’라고 하거나, 라면을 ‘라멘’이라 표기한 일까지도 문제가 됐다. 미니잇은 이날 문제가 된 영상들의 제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제 영상은 정치적 견해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상 삭제가) 올바른 것이라 생각해 삭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배우 이시언은 지난 3일과 4일 두 차례 일본 여행을 간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가 비판 받자 4일 게시물을 삭제했다. 지난달 11일 ‘홋카이도’라는 노래를 발표한 힙합가수 밴키드는 17일 “‘홋카이도’는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 이전 발매된 곡”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좋지 않은 시국에 왜색 짙은 곡을 무리하게 홍보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혀야 했다.
유명 유튜버와 연예인도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부분 누리꾼들은 “공인이 국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은 비판 받을 만한 일"(jinz****) "반일 정서 강요할 수는 없지만, 특수성은 생각해야 한다"(esj0****) "유명인은 평소 정치적 발언 등 유명세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런 시국에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판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daka****)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몇몇 누리꾼들은 "남에게 강제하는 건 아니다. 좋은 일을 하면 칭찬은 하더라도 그렇지 못하다 해서 비난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 같다"(roly****) "우린 자유로운 개인이지, 동일한 목표를 가진 집단의 부속품이 아니다"(fnvl****)라는 의견을 냈다. 불매운동 참여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지, 같은 생각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명인에게 사회적 역할을 바라는 대중의 기대심리는 이해되나 무분별하게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이 나서서 ‘한국 대 일본’이라는 극단적 대립 구도를 빠르게 굳히면, 근본적인 해결 없이 양국 사이만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며 “(불매운동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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