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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반려동물’과 ‘반려 로봇’

입력
2019.07.1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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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할머니가 물개 로봇 '파로'를 만져보고 있다. 최근 동물의 모습을 본떴을 뿐만 아니라 동물처럼 행동하는 동물로봇이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닛케이트렌디 영상 캡처
일본의 한 할머니가 물개 로봇 '파로'를 만져보고 있다. 최근 동물의 모습을 본떴을 뿐만 아니라 동물처럼 행동하는 동물로봇이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닛케이트렌디 영상 캡처

한국 사람들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는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존재였으나 마루에 올라올 수 있는 ‘애완견’을 거쳐 이제는 온 집안을 누비는 ‘반려견’이 되었다. ‘애완견(愛玩犬)’은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개”, ‘반려견(伴侶犬)’은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의 뜻이다. 의미상 ‘애완견’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 소유물이었다면 ‘반려견’은 사람과 삶을 공유하는 주체라는 차이가 있다.

고양이도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인터넷 사전 ‘우리말샘’에서 ‘반려묘(伴侶猫)’를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로 풀이했다. 그러나 ‘애완묘’는 사전에 실리지 않았다. 언어적으로 고양이는 ‘애완동물’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반려동물’ 단계에 오른 것이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동물이 되면서 관련 표현이 많이 생겼다. ‘애견(愛犬)’, ‘애묘(愛猫)’는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고 귀여워함’ 또는 ‘사랑과 귀염을 받는 개와 고양이’의 뜻이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사람’을 ‘애견인(愛犬人)’, ‘애묘인(愛猫人)’이라고 한다. 개를 데리고 와 쉴 수 있는 공간인 ‘애견 카페’도 많다. 고양이를 아끼고 섬긴다는 뜻에서 ‘고양이 집사’를 쓴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려동물 자리를 인공지능(AI)이 위협하고 있다. 말하기 앱이 인공지능 스피커나 로봇과 결합하여 사람들과 진짜 대화를 나눈다. 정보를 빠르게 찾아주고 전화를 대신 걸어 준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들려주고, 심심할 때는 재밌거나 무서운 이야기도 해 준다. 반려동물의 모양새를 갖춘 ‘반려 로봇’은 반려동물이 할 수 없는 성가신 일까지 처리한다. 현실과 국어사전에서 ‘반려동물’과 ‘반려 로봇’의 경쟁이 시작된 듯하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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