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에서 시민들로부터 야유를 듣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건 물론, 경찰과 당원까지 동원해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도쿄도련(東京都連ㆍ도쿄도당)은 전날 당원들에게 ‘동원 요청’을 내렸다. 20일 아베 총리의 마지막 거리유세 장소로 선정된 도쿄 번화가 아키하바라(秋葉原)에 모여달라는 내용이었다. 도쿄도련은 공지 글에서 당원들에게 “대규모 동원으로 선거방해의 조직적인 야유에 지지 않고 계속 (지지를) 호소하는 아베 총재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자민당이 이례적으로 당원까지 동원하고 나선 건 아베 총리에게 ‘야유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도쿄도의회 선거전 중 아키하바라에서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유권자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역풍을 맞았다. 당시 청중들이 “물러나라”고 외치자 아베 총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로 인해 ‘오만한 아베’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이는 자민당의 선거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대 세력의 기습 시위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자민당은 "현장에서 청중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반(反)아베 시위대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를 향한 야유가 끊이지 않자 경찰력까지 동원됐다. 야유를 퍼붓는 시민을 경찰이 격리해 버린 것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지난 15일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에서 거리연설을 할 때 사복 경찰 5, 6명이 한 시민에게 달려들어 연설 장소에서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 시민이 “아베, 그만둬라. 돌아가라”라고 외쳤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유세 중 “증세 반대”를 외친 여성 유권자 역시 경찰에 의해 다른 장소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경찰의 행동은 형법 상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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