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플랫폼 운송 제한적 합법화… 운영대수 따라 ‘기여금’ 내야
‘타다’ 1000억원 이상 필요… 택시업계와 타협 위해 공유경제 장벽 높여
그간 불법 논란 속에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던 ‘타다’ 등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업체에게, 일정한 기여금을 내면 제도권 안에서 영업을 허가해 주는 정부의 ‘상생안’이 제시됐다. 차량공유 사업을 하려면 택시 면허를 사라는 식으로 사실상 플랫폼 업체들을 기존 택시사업의 울타리 안에 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혁신경제의 관점에서 봤을 때, 혁신성보다는 택시업계와의 타협을 앞세운 어정쩡한 봉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상생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7일 정부와 업계가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한 이후, 4개월 여만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상생안에서 타다 같은 승합형이나 고급형 플랫폼 사업자도 기존 제도권 안에서 사업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합법적인 차량을 할당 받는 대가로 플랫폼 업체는 운영 대수 및 횟수에 따라 ‘사회적 기여금’을 내야 한다. 또 운전기사는 택시기사 자격증을 가져야 한다.
우버, 그랩 등 외국 플랫폼 사업자는 자가용 차량 등 유휴 자원을 이용하지만 이번 정부안대로라면 국내 업체들은 차량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향후 국내 플랫폼 운송사업은 사실상 또 하나의 택시회사를 차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렌터카 이용 사업도 허용하려 했지만, 택시업계 반발이 커 제외했다”고 말했다.
당장 탄탄한 자본력 없이는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약 1,000대의 차량을 운행 중인 타다가 향후 제도권 사업자가 되려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는 차량 구입비용 최소 300억원(카니발 1대당 3,000만원 가정)에, 현재 7,500만~8,000만원 수준인 개인택시 면허를 1,000개(750억~800억원 소요)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계산이다.
여기에 택시기사 자격증 취득 등의 조건까지 갖춰야 하다 보니 결국 체력 좋은 대기업 위주로 향후 모빌리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택시시장에 혁신 바람을 일으킨, 타다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이 이번 정부의 상생안으로 오히려 존폐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혁신산업의 과잉공급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번 상생안은 정부가 아예 혁신기업의 통로 자체를 막아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공유경제와 모빌리티 사업은 유휴 자산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번 정부안은 기존 택시의 틀에서만 경쟁하라는 것”이라며 “다양한 서비스 모델과 접목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을 기존 틀에 가둬 혁신을 가로막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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