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사인으로 직접 연결은 신중해야, 음모론은 명백한 사회병리 
[저작권 한국일보]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에서 정두언 새 전 새누리당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어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시신을 후송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2019-07-16(한국일보)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건을 계기로 우울증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명 정치인의 충격적 소식에 음모론까지 번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의 충격적인 소식에 정치권 주변이나 그가 마지막까지 활동했던 방송가에서는 우울증을 주요한 요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사실을 주변과 언론에 숨기지 않고 밝혀왔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배우 전미선씨의 경우에도 소속사 측에서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우울증이 주요한 사인으로 거론됐다.

의학계에서도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의 연관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15%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경우의 70~80%가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나 배우 전씨 모두 경찰에서 우울증을 직접적인 사인으로 지목한 적은 없다. 정 전 의원은 유서를 남겼고 전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두 경우 모두 특별한 범죄 연관성이 없어 부검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의학계에서는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을 우울증으로 바로 연결하는 데 더욱 신중한 반응이다. 초대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박종익 강원대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고 전제하면서도 “정 전 의원은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유가 단지 하나였는지는 알 수 없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원인을 예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인이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덧칠하는 음모론의 확산이다. 당장 보수 성향 유튜브를 중심으로 “정두언 경찰 발견 시점의 의문 증폭, 무슨 일 있었나”는 등 무차별적인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노회찬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도 보수 성향 유튜브에서는 ‘의심되는 타살 의혹’ 등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루머들이 난무했다.

유튜브를 포함한 SNS가 미확인 정보와 루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건 정보유통에 대한 제재와 감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등 정부기관은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매체에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유튜버들은 대상도 아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사후 통제 역시 당사자가 직접 문제 삼지 않으면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음모론이나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사회병리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브를 통해서 음모론이나 책임질 수 없는 모욕적인 발언,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내용이 세면 셀 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둔다"며 "국가 기관의 통제는 물론 유튜브 자체가 유튜버들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학계에서는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베르테르 효과로 번지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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