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7년을 끌어온 미국과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하지만 미국은 거세게 반발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되레 추가 관세를 거론하며 중국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양국 간 무역협상이 좀처럼 재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WTO 상소기구는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WTO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라며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판정했다. 앞서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태양광 제품과 종이, 철강 등 22개 품목에 반덤핑ㆍ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73억달러(약 8조6,0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어 WTO는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왜곡됐다고 봤지만 보조금을 평가하려면 중국이 정한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격 산정 방식이 문제라고 판시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확인한 셈이다. 미국이 줄곧 지적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판정이 중국의 온전한 승리가 아니라 ‘사실상 승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USTR은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포함한 객관적 증거를 무시한 결론”이라며 “WTO 규범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는 중국의 보조금에 맞서려는 전세계의 노력을 저해한다”고 반발했다.

일격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중국을 압박하며 거세게 몰아세웠다. 향후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보조금 지급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핵심 쟁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국과의 관세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며 “우리에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3,250억달러(약 384조원)가 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달러(약 29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머지 3,250억달러 제품에도 관세를 올리는 절차를 밟다가 지난달 29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보류한 상태다. 파국을 자초할지도 모를 나머지 카드마저 꺼낼 수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에 움찔해진 중국은 일단 강경대응을 피하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상무부는 17일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문 형식의 성명을 올려 “WTO가 미국에 반보조금 관세 부과 조치를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며 “미국은 무역구제조치를 남용하고 국제무역 환경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조속한 시정을 촉구했을 뿐 WTO가 허용한 보복조치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판정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새로운 장애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무역협상의 길을 더 길고 느리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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