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해 탈세 혐의가 불거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아레나를 세무조사하고 전현직 사장 6명을 고발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자등록을 위한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사장(명의사업자)’이었을 뿐 실제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국세청은 경찰의 추가 고발 요청, 명의사업자 진술 등 추가 증거 확보를 거쳐 지난 3월 실소유주 강모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세청이 제2의 아레나 찾기에 나섰다. 재산이 많지 않은 종업원을 사장으로 내세운 뒤 체납, 폐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유흥업소들의 탈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또 명의를 위장한 불법 대부업자, 해외에서 니코틴 원액을 수입해 액상 전자담배를 불법 판매한 담배 제조업자, 인터넷강의 수강료를 제3자 명의 통장으로 빼돌린 학원도 함께 조사한다.
국세청은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163명을 상대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사대상의 70%가량인 114명은 유흥업소 소유주(28명)와 대부업자(86명)이고, 나머지는 불법 담배 제조업자, 고액 학원 원장, 상조업자 등이다. 이들은 과거에는 단순히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소득을 분산하는 지분 쪼개기, 업소나 학원이 아닌 타인 계좌에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받는 변칙 결제 등 진화된 탈세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최근 조사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3월 버닝썬을 포함한 21개 유흥업소 동시 세무조사에서 영업사원(MD)이 온라인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테이블 비용을 나눠낼 손님들을 모집(일명 ‘조각모음’)한 뒤 대금을 MD의 개인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수입금액을 줄인 유명 클럽을 적발했다. 해당 클럽은 세무조사에 대비해 매출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국세청은 이 클럽에 세금 3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했다.
수백 명의 여성 접객원을 고용한 기업형 룸살롱이 주류를 무자료로 매입하고 친척 명의를 돌려 쓰면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한 사례도 발각돼 소득세 등 400억원이 추징됐다. 이 룸살롱은 실제 매출액이 기록된 회계장부는 별도의 비밀 사무실에 보관했다.
이밖에 고액의 학원비를 원장 조카(9세), 지인의 자녀(2세) 등 미성년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받은 유명 영어학원 원장, 연 365%의 고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는 직원 명의의 차명 계좌로 상환 받은 미등록 대부업자 등도 적발됐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명의 위장, 조세포탈 혐의가 큰 유흥업소와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업해 조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뒤 조세범칙 조사에 나섰다”며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병행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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