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K리그 올스타전 딜레마
지난 2007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닐손이 이근호 등 팀 동료들과 함께 마빡이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올스타전인 듯 올스타전이 아닌 축구 이벤트 매치가 열린다. 세계 최고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를 앞세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와 친선전이다. 이 경기는 K리그 선발팀(팀 K리그)이 나서는 데다, 당초 K리그 올스타전이 예정됐던 날이라 자연히 올스타전으로 여겨졌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올스타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행사 ‘더페스타’ 주관 경기인데다, K리그 스폰서 계약상 올스타전이란 명칭을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우려해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올스타전을 올스타전이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 같은 이 경기엔 연맹과 유벤투스, 더페스타가 손잡은 대형 수익사업 정도의 의미가 부여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름 휴식기마다 꾸준히 열렸던 K리그 올스타전은 이처럼 의미와 방향성을 잃은 채 명맥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존폐 기로에 섰다. 형식과 명칭도 그때그때 다르고, 아예 올스타전을 건너뛰는 빈도도 늘었다. 현장에선 K리그 선수와 팬들이 어우러지던 과거 형태의 올스타전을 되살려 콘텐츠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축구 문화 특성에 맞지 않는 올스타전을 아예 폐지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캐논슈터ㆍ이어달리기… K리그 여름 수놓은 축구축제

과거 올스타전은 이름대로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그들의 다채로운 끼와 재능을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팬과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승자를 겨루는 이어달리기부터, 프로야구 올스타 홈런왕 콘테스트만큼 치열했던 캐논슈터 선발대회, 해를 거듭할수록 기발해지는 골 세리머니 등 올스타전의 추억들을 남겼다.

한일월드컵 직후 열렸던 2002년 8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이 'CU@K리그(See you at Kleague)' 슬로건 조형물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0 K리그 올스타 김병지(50)는 17일 본보와 통화에서 “현역시절 올스타전은 K리그 모든 구성원이 함께한 축제이자, 선수들로선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꿈의 무대였다”고 했다. 그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여러 이유로 사라져가 아쉽다”면서도 “올스타전을 사업적으로 어떻게 끌어갈지 고민해 볼 시기인 건 맞다”고 전했다. K리그 올스타전은 청군과 백군(1991~1992년), 청룡과 백호(1995ㆍ1997년) 중부와 남부(1998~2007년)로 나눠 맞대결 했던 전통이 있었지만 2008년부터 끊겼다. 이후 ‘프로축구 한일전’인 조모컵(2008~2009년)으로 대체되면서 방향성이 흐려졌다.

◇일회성 이벤트로 실리ㆍ명분 잃고 비판 직면하기도

K리그 인기가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한 2010년대에 들어 이어진 ‘일회용 올스타전’은 꾸준히 입방아에 올랐다. K리그는 2010년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를 초청했다가 오만에 가까운 상대의 태도에 상처받았고, 2013년엔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올스타에 각각 억지춘양으로 유럽파 선수들을 끼워 넣었다가 K리거들이 들러리만 선 게 아니냔 비판에 직면했다. 재작년엔 K리그 올스타가 22세 이하 선수로 꾸려진 베트남대표팀과 원정 경기를 펼쳤다가 지고 말았다. 졸전과 패배에 따른 비난여론까지 떠안으며 명문도 실리도 잃은 최악의 올스타전으로 기록됐다.

2010년 8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에서,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유벤투스전도 실패작이던 2010년 바르셀로나전 재탕이 아니냔 우려 목소리가 나왔으나 연맹은 △호날두 출전시간 확보 △K리그가 요구한 일정(26일) 관철 △저가 티켓(3만원) 판매 관철 등 진일보한 협상내용을 강조했다. 최대 40만원의 고가티켓 논란에도 예매 개시 2시간여만에 매진되며 일단 티켓장사엔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축구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포멧… 접는 것도 방법”

아예 올스타전이란 틀을 버리고 모든 선수가 온전한 휴식을 취하거나, 올해처럼 해외 명문팀을 꾸준히 초청해 차라리 사업성을 높이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올스타전은 축구문화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포맷이라 아예 없애는 편이 나을 수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과거처럼 중부와 남부팀으로 나눴을 때 라이벌인 서울과 수원이 한 팀, 울산과 포항이 한 팀이 되는 형태가 축구팬들에게 매력보단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직적으로 올스타전에 참여했던 K리그 서포터들도 이 같은 이유 등을 들어 2010년대 들어선 조직적인 움직임을 멈춘 바 있다.

'팀 K리그'에 선발된 대구의 조현우(오른쪽)과 세징야(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맹도 올스타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도 DGB대구은행파크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만의 올스타전’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연고 구단과의 협의가 수월하지 않거나 수익성 등을 두고 고민하던 차에 유벤투스 친선전이 성사됐다는 게 연맹 측 설명이다. 조연상 연맹 사무국장은 “여러 팀 선수가 한데 섞이는 올스타전이 세계적 축구문화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과거처럼 중부와 남부로 나누는 데 따른 기준이 모호해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팬 만족도 등 다양한 요인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향후 올스타전의 연속성과 방향성, 사업성까지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