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회사원 역 윤서현 
배우 윤서현은 국내 최장수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 배우들과 회식에서 만나면 ‘오래 갈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란 얘기를 빼먹지 않는다. 높은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엔 카메라 3대로 촬영이 시작됐다. 제작 규모도 예산도 드라마치곤 형편없이 작았다. 드라마 PD도 아닌, 예능 PD가 제작한다고 해 밖에선 우려도 컸다. “처음엔 주변에서 왜 하냐고 했죠. B급도 아닌 C급 시트콤 느낌이 강했거든요, 하하하” 최근 한국일보와 전화로 만난 배우 윤서현은 2007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의 시작을 이렇게 떠올리며 웃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지난 4월 시즌17이 끝난 ‘막영애’는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거듭났다. 직장인의 ‘웃픈’ 현실을 실감나게 담아내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결과다. ‘막영애’를 향한 시선도 변했다. 윤서현의 동료들은 요즘 그에게 ‘너 복이야, 꼭 잡고 가’라며 ‘막영애’ 출연을 당부한다.

윤서현은 한 시즌도 빼먹지 않고 ‘막영애’에 출연했다. 무려 12년이었다. 활동에 부침이 심한 배우에게 ‘막영애’는 직장과 같다. “작품을 끝내면 매번 퇴직해야 하잖아요. 늘 불안한 배우에게 꾸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죠.”

윤서현은 ‘막영애’ 시즌17에서 영업 못 하는 영업 차장 윤서현으로 나왔다. 30대에 영애(김현숙)의 직장 동료 윤 과장으로 시작해 내년 쉰을 앞둔 그는 여전히 ‘짠내나는’ 회사원이다. 그는 ‘막영애’와 함께 늙어왔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역이 됐지만, 배우로서 숙제도 생겼다. SBS 드라마 ‘녹두꽃’ 드라마 관련 기사엔 ‘윤 과장, 여기서 이러면 안 돼’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윤서현은 ‘녹두꽃’에서 동학군을 핍박하는 무관으로 나왔다. ‘막영애’의 캐릭터 이미지가 각인되다 보니 그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윤 과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는 1993년 연극으로 데뷔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비롯해 ‘올인’ ‘주몽’ ‘비밀의 문’ 등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1,000만 관객이 보장되는 걸출한 영화와 ‘막영애’ 출연이 겹친다면 어떤 작품을 택할까. 그는 망설임 없이 ‘막영애’를 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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