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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에 사용되는 혈액백을 각 지역 혈액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담합이 발생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됐다.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70%의 물량을 확보한 녹십자엠에스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예정 수량을 배분한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에 과징금 76억9,800만원(녹십자엠에스 58억200만원, 태창산업 18억9,6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직원 1명(당시 부장)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대한적십자사가 2011년, 2013년, 2015년에 진행한 세 번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미리 녹십자엠에스 7, 태창산업 3 비율로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정했다. 당시 혈액백 시장에 참여하는 회사는 이들 두 곳뿐이었다. 두 회사는 사전 합의에 따라 2011년 전국 혈액원(총 15곳)을 9곳과 6곳으로 나눠 각자 해당 입찰에 단독으로 응했다. 녹십자엠에스가 확보한 물량이 70%에 못 미치자 2013년과 2015년 입찰 땐 녹십자엠에스 10곳, 태창산업 5곳으로 재조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발생하면 혈액백 단가 자체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고, 태창산업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녹십자와의 경쟁하는 대신 일정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두 회사는 담합을 통해 투찰률(예정가격 대비 입찰금액 비율)이 97.07~99.9%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 혈액백을 공급했다. 시장에 다른 회사가 진입하면서 담합이 깨진 2018년 입찰에서는 투찰률이 66.7%까지 떨어졌다.

2011년 이후 두 회사가 혈액백 공급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녹십자엠에스 478억원, 태창산업 199억원으로 집계됐다. 담합으로 인해 혈액백 구매를 위한 건강보험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신용희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두 회사는 대다수의 국민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헌혈에 필요한 용기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며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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