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야자수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육환경 변화와 함께 15m 넘게 자라는 야자수 잎이 고압전선과 엉켜 정전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1980년대 초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와 제주시내 등 도내 전역에 야자수를 심기 시작해 현재 3,500여그루에 이르고 있다.
이들 야자수들은 수십년간 제주의 명물 중 하나로 도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우선 이상기후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최근 제주에 한파가 덮치면서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수의 생육환경이 크게 악화된데 이어 지난해 태풍 내습으로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워싱턴야자수 100여그루가 고사되거나 잘려 나갔다.
이 때문에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중문관광단지 1단계 사업지역 내 야자수 280그루를 이달 중 전량 제거하고 9월 이후 새로운 야자수를 다시 심기로 했다. 해당지역에는 당초 486그루가 심어져 있었지만 180여그루가 최근 고사되거나 기둥이 꺾여나가 300여그루만 남은 상태였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태풍으로 야자수가 다시 부러질 경우 사람과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제거를 결정했다”며 “중문관광단지의 이국적인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야자수를 다시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자수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15m 넘게 자란 야자수의 잎이 고압 전깃줄에 접촉해 정전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2017년 한국전력공사와 협약을 맺고 전력선을 위협하는 도로변 워싱턴 야자수 38그루를 제거하고 다른 식종의 나무를 심었다. 또 지난해 강풍, 태풍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나무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워싱턴 야자 67그루도 추가 제거했다.
시 관계자는 “가로수 정비 과정에서 식재할 나무 수종을 선택할 때 야자수는 가로수서의 기능이 부족하고 식생환경도 변화되고 있어 가급적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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