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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적자 63%가 소재ㆍ부품… 갈수록 고급기술 격차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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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적자 63%가 소재ㆍ부품… 갈수록 고급기술 격차 고착화”

입력
2019.07.17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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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배 동의대 교수 “우리 기업 중급기술 개발에 치우쳐… 일본, 기술격차 파고들어 공략” 

이홍배 동의대 교수. 이홍배 교수 제공
이홍배 동의대 교수. 이홍배 교수 제공

“일본은 소재ㆍ부품 산업에서 한일간 기술 격차를 잘 파고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기술 격차는 줄고 있지만,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고급 기술 격차는 고착화되는 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홍배 동의대 교수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 구조가 근본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 소카대에 유학한 뒤 현재 한일경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지일파’ 학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이던 2002년부터 한중일 등 동아시아 부품ㆍ소재 산업의 상호 의존도 연구를 지속해 왔다.

 ◇“핵심기술 격차는 따라잡기 어려워” 

이 교수는 소재ㆍ부품 산업의 대일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과거 가공무역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제 구조를 꼽았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소재, 부품을 기준으로 생산 설비, 작업방식 등을 표준화해 놓다 보니 이제 와 수입처를 다변화하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 분업화 측면에서 가격, 품질을 함께 고려했을 때 가장 손쉽게 고품질 소재를 수입할 수 있었던 나라가 일본이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낸 이익을 고스란히 일본에 퍼 줘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무역 구조가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소재ㆍ부품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는 만성적이다. 지난해 전체 대일 무역적자 240억달러 중 62.9%(151억달러)가 소재ㆍ부품 산업에서 나왔다.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소재ㆍ부품 분야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 성과가 나타나면서 2012년(86.7%)에 비해서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한일경상논집에 게재한 두 편의 논문(한일간 소재부품산업의 의존구조 변동요인 분석, 한국 소재부품의 대일본 무역적자 축소 원인 고찰)을 통해 한국의 일본 소재ㆍ부품 산업 의존도는 환율 변동과 R&D투자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 기여도가 높은 △전기ㆍ전자 △화학 △금속 등의 산업에서 생산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일본 소재ㆍ부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소재ㆍ부품 산업은 중급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핵심기술 격차 고착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10년 안에 전체 기술 수준은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답습” 

일본이 지금 같은 무역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미국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한 무역정책을 펴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을 보고 일본이 펼치는 첫번째 보호무역주의 대상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의 일본이라면 섣불리 무역규제 카드를 쓸 수 없겠지만 트럼프 정권과 ‘혈맹’임을 강조하는 현재의 일본은 더 강한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며 “일본은 절대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답습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의 ‘뒷배’가 있는 한 일본의 최근 태도는 계속될 것이고, 이 시기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주변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특수성상 일본에 전략적으로 손을 내밀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 틀어져버린 것 같다”며 “앞으로의 10년이 향후 대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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