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특사 문제는 논의한 적 없어… 日과 각국 안 테이블에 올려 협의 시작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총리의 순방 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등 아시아ㆍ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두둔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 와중에 총리가 자리를 비운 것을 놓고 일부에서 비판이 나오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총리의 순방 일정은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 간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상외교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 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부분 나라들이 ‘투톱 체제의 정상 외교’를 운용한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의원내각제 국가는 대통령과 총리가, 입헌군주제 국가는 국왕과 총리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국가주석과 총리가 정상 외교를 나눠서 하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법상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가진 총리에게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체를 ‘투톱 외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의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ㆍ타지키스탄 총리 회담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수행기자단과 깜짝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투톱 외교' 발언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두샨베=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정권 내 몇 안 되는 지일파 정치인인 이 총리를 조만간 일본 특사로 보내기 위해 자락을 깐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총리에게 일단 힘을 실어 줌으로써 일본에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총리는 16일 타지기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특사로 직접 나설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이 총리는 “매 단계마다 필요하고 가능한 일들을 협의하는 과정에 (문 대통령과 제가) 함께 했지만, 제가 수면위로 드러나 뭔가 한다는 것은 상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 본인이 일본과 접촉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저도 그렇고 저 아닌 사람에 의한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양국 정부의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는 분위기를 풍긴 것이다.

이어 이 총리는 일본의 경제 보복 철회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상호의존적 체제로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세계경제 성장과 인류 행복증진에 함께 기여해온 관계이고, 이런 소중한 자산이 결코 흔들리거나 손상돼선 안 된다”며 “일본 지도자들께서 이런 가치를 재확인하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6ㆍ19 강제징용 제안(한일 양국 정부는 빠지고 민간 기업들이 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마련하는 안)은 최종안이 아니다”며 수정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코히르 라술조다 타지키스탄 총리와 회담하고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을 예방했다. 양국이 1992년 수교한 이래 우리 정상급 지도자가 타지키스탄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17일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한다.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 방문에 이어 이 총리가 타지키스탄ㆍ키르기스스탄을 찾음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급 순방이 마무리된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두샨베(타지키스탄)=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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